(부동산 양극화)서울로 몰린 청년들…가혹해진 '주거빈곤'

비주택 거처 11.81%서 18.45%로 급증

입력 : 2025-12-08 오후 3:30:00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서울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는 "회사와 가까워서 선택했지만 월세를 마련하는 게 매달 부담"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보증금 때문에 초기 비용은 일반 원룸보다 오히려 더 들었습니다. A씨는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아 '어디든 붙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며 "공급량이 적어 경쟁만 치열해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주거 환경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습니다.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 부담에 고시원이나 쪽방 같은 열악한 거처로 내몰리는 청년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특별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 연속으로 서울에 들어온 청년(19~39세) 인구가 빠져나간 청년보다 많았습니다. 연도별 순유입 규모는 2022년 3만1551명, 2023년 2만7704명, 2024년 1만5420명입니다. 서울 청년 인구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전출이 전입을 앞질렀으나, 2019년 이후로는 한 해(2021년)를 제외하고 순유입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청년들이 서울행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입니다. 서울로 전입한 청년 가운데 46.4%가 '직업(일자리)'을 첫 번째 사유로 꼽았습니다. 가족(18.7%)이나 교육(15.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일자리 격차가 청년들의 서울 집중을 부추기는 셈입니다.
 
혼자 사는 청년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청년 1인 가구 비율은 2016년 51.26%에서 2022년 64.48%로 13.2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 1인 가구(70.61%)가 남성(59.06%)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습니다.

주거 여건 악화…전문가 "공급 확대·주거 완화 필요"
 
문제는 서울로 유입되는 청년이 늘어나는 만큼 주거 여건이 함께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청년 가구주가 사는 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는 29.96%에서 26.80%로, 단독주택은 33.32%에서 28.34%로 줄었습니다. 반면 고시원,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거처는 11.81%에서 18.54%로 급증했습니다.
 
경기 고양시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직장인 C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C씨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방값이 너무 비싸 처음엔 고시원에 살았다"며 "창문도 없는 방에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원룸을 구했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C씨는 "전세사기 뉴스가 계속 나오니 '내가 계약하는 집은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이 항상 따라왔다"고 했습니다.
 
국토연구원의 202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도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뒷받침합니다. 고시원·판잣집·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 거처'에 머무는 청년 비중은 5.3%로 일반 가구(2.2%)의 두 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 비율은 2017년 5.4%에서 코로나19 시기 3%대로 잠시 낮아졌다가 이후 다시 올라 지난해 7년 만에 5%대에 재진입했습니다. 청년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도 8.2%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올랐고, 1인당 주거 면적은 31.1㎡로 일반 가구 평균(36.0㎡)에 못 미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월세 가격 상승도 청년들을 비주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월간 월세가격지수는 올해 10월 101.81을 기록해 전년 동월 99.33 대비 2.5% 상승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집세는 1년 전보다 0.9% 올라 올해 1월(0.6%) 이후 상승폭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중간값 기준 13.9배에 달합니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약 14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A씨는 "청년임대주택 같은 형태는 전세사기를 피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될 수 있지만,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은 솔직히 못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년 1인 가구 증가 속도를 서울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룸·소형 임대료 상승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용적률 상향, 공공·민간 협력 모델 등을 통해 토지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은 토지 자체가 한정돼 있어 청년 주택을 '어디에 짓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며 "특별구역을 지정해 주차장 기준 완화, 용적률 대폭 상향 등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중심 해결이 아니라 외곽 공급 확대와 월세 지원 같은 현실적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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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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