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조정 국면…“HBM 추가 매출 수조원”

미, AI 가속기 ‘H200’ 대중 수출 허용
HBM 수요 확대 전망…K반도체 호재
중 추격 위협적…‘초격차’ 더욱 벌려야

입력 : 2025-12-10 오후 2:14:1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면서, 지난 1년간 이어진 미·중 간 AI 기술 전쟁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양국의 AI 가속기 거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인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중국의 추격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인 만큼, 기술적 격차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의 마운트 에어리 카지노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 가운데, 미 정부도 본격적으로 대중 수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9일(현지시각)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H200은 중국에 판매되기 전 미국에서 특별 안보 심사를 받게 됐습니다. AI 칩의 중국 판매에 대한 안보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절차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허가된 H200은 중국용으로 성능을 제한한 H20과 달리, 성능 저하가 없는 블랙웰 이전 세대 모델입니다. 최신형은 아니지만 H20보다 성능이 크게 높아 사실상 미국의 대중 규제 기조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중 양국의 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든 것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가 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H200에 탑재되는 HBM3E를 공급한 대표 메모리 제조사이며, 삼성전자 역시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퀄 테스트에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중국발 HBM 수요로만 수조원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나아가 계속된 수요 확대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상이 단단해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지금도 이미 HBM은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며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주변국들의 규제나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 이상으로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고 평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도 제기됐습니다. 미중 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이 누리던 반사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와 반도체 등 기술 섹터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은 나라”라며 “오히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AI 가속기 시장 재개방의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의 기술 자립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엔비디아 대항마’ 캠브리콘은 내년 AI 반도체 생산량을 3배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으며, 화웨이는 자체 AI 가속기 ‘어센드 91C’의 성능을 중국용 칩 H20을 추월할 정도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HBM 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오는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HBM3E는 이번에 미국이 수출을 허용한 H200에 탑재되는 부품으로, 중국의 기술 추격과 반도체 자립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현재의 독보적 위치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들보다 앞선 기술 격차와 수요에 맞는 생산라인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고객은 중국이 아닌 미국 빅테크 기업이 됐다”며 “빅테크 기업들은 계속해서 첨단 제품을 필요로 한다. 최첨단 제품을 꾸준히 준비해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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