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여야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통일교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다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현 정부의 장관 이름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 전개에 내부에선 긴장감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추진할 계획인 2차 추가 종합 특검(특별검사)의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에서 할 수 있는 일 없어"…민주, 자체 조사 '선 긋기'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배경에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여권 인사에도 접근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재단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종교 해산 명령이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전날엔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에 대한 해산 방안을 검토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까지 통일교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체로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폈습니다. 당 내부에서는 자체 진상조사 등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의원은 "당에서 조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계좌 추적 등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사안이고, 관련자들도 부인하는 가운데 당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공격이 최대의 방어로, 민주당에도 통일교의 검은 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며 통일교 사태에 대한 당내 선제적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당 지도부에선 일단 자체 진상조사에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건희 특검'에 쏠린 비판…여당발 2차 특검 동력 '약화'
민주당은 통일교 측이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반박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정 전 실장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혀왔다"고 전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꼽힙니다.
이번 사태로 김건희 특검팀의 선택적 수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초 민주당이 추진하려고 했던 2차 추가 종합 특검 추진 계획의 동력도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와 여권의 금품 제공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수사를 하지 않아 국민의힘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통일교 금품 제공 의혹의 방향타는 향후 민심이 좌우할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점차 동반 하락한다면 통일교 의혹에 더해 문진석·김남국 인사청탁 문자 논란까지 환기되면서 여권을 향한 민심 이반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