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이달 발표할 2차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도 '신뢰할 만한 공급'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공언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도 멀어질 전망입니다. 이 정부 들어 벌써 4번째 대책으로, 공급은 작동하지 않는데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르며 정책 신뢰도만 흔들리고 있습니다.
태릉골프장. (사진=연합뉴스)
'즉시 공급' 난망…구조적 병목 그대로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후보지를 확정하기 위해, 위치와 물량, 실착공 시점을 확정하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에서도 토허구역 해제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토허구역 '핀셋 해제' 가능성을 묻는 말에 "토지거래허가제는 임시 조치이고, 길게 끌고 갈 수 없다"며 "탄탄한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시장이 차분해지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공급대책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정부는 각 부처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용지를 최대한 끌어온다는 목표입니다.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에 국방부도 참여하는 등 군 소유 부지까지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추가 해제 역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즉시 공급' 효과가 거의 없어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존재가 존재합니다. 특히 주택 공급 후보지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 상당수는 과거 정부에서 후보지로 발표됐다가 무산된 지역입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가 8·4 공급대책에서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한 곳입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2025년 착공,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교통난 심화 우려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계획 규모는 6800가구로 축소됐습니다. 이후 국방부 반대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태릉) 보존 문제가 겹치며 사업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태릉골프장은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육군사관학교 인접에 따른 보안·안전 검토 등 제약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 환경영향평가 1·2등급 지역이 곳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여기에 광역교통대책 수립 필요성까지 겹치며 단기간 내 실제 착공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사당역 복합환승센터의 경우, 공급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무단점유 소송과 사업성 부족 등 구조적 난제가 17년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장기자단 간담회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10·15 두 달…다시 커지는 상승폭
공급대책 추진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국토부가 제시한 후보지 중 절반가량은 합의해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면서도, 최대 규모 대상지로 거론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공급 물량 확대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같은 땅을 두고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국토부와 "사업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10·15 대책이 2달을 맞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와 매물은 크게 줄었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동작·마포·성동 등 '한강벨트'로 인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3주 만에 다시 확대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공개한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수요 억제책에 대해 "이미 규제가 강한 지역을 추가로 강화하면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는 고소득층을 뺀 모든 계층의 양질 주택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혹평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