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보험·증권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설계·제조·판매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관리하는 감독 체계로 방향을 조정합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이후 분쟁조정과 배상을 통해 사후 구제에 나서던 기존 소비자 보호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입니다. 상품 설계와 판매 관리 전반에 대한 금융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감원은 '사전예방 강화'를 핵심으로 한 소비자 보호 감독 개편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미리 포착해 감독·검사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그동안 소비자 보호 업무가 민원 접수와 분쟁조정 등 사후 대응에 집중돼왔다면, 앞으로는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단계부터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관리하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금감원 조직 구조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소비자 보호 기능에 감독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원장 직속 체계로 재편했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닌 금감원 전체의 핵심 기능으로 두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보험 부문은 이번 감독 개편에서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 꼽힙니다. 금융 분쟁 민원 가운데 보험 관련 민원이 큰 비중을 차지해온 만큼, 금감원은 보험 상품에 대한 사전 예방적 관리 없이는 소비자 보호 체계 전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분쟁 민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험 부문을 금융소비자보호처로 이관하고, 보험상품 심사와 분쟁조정 기능을 동일한 조직 체계 안에서 운영하도록 구조를 재편했습니다.
기존에는 보험상품이 출시된 이후 불완전판매나 약관 해석 문제 등이 발생하면 분쟁조정을 통해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험상품을 심사한 부서가 해당 상품과 관련한 분쟁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보험 부문과 함께 은행과 증권업권에서도 소비자 보호 감독 방식이 달라집니다. 은행은 예·적금과 대출, 금융상품 판매 과정 전반에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는 내부통제 기준이 강화되고, 판매 이전 단계에서 설명 자료와 상품 구조에 대한 점검이 확대됩니다. 증권업권에서는 투자성향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 판매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상품 구조와 설명 방식, 판매 절차 전반을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상품 제조업자에 대한 책임도 이번 감독 개편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상품 설계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직접 인식·평가하고,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설명 자료를 판매업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상품 출시와 판매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기존에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 개별 계약을 중심으로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부 심사와 위험 관리, 설명 자료 정비까지 전 과정을 점검받게 됩니다.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포착될 경우 감독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문제가 터진 뒤 분쟁조정과 배상으로 대응했다면, 이제는 상품 설계와 출시 단계에서부터 감독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상품 검토와 내부 심사, 판매 관리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판매 제한이나 상품 변경 권고가 늘어날 경우 영업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신상품 출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