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후폭풍…이 대통령도 "직접 소명"

"탄핵소추안, 각하돼야"…'탄핵 반대'에 확장재정 비판
이 대통령, '입장표명 필요성' 언급…"차이는 조율해야"
범여권 인사들 '반발'…'공세적 헤게모니 전략' 분석도

입력 : 2025-12-29 오후 6:01:0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불과 몇 달 전까지 윤석열씨의 탄핵 반대를 외쳤던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1월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여권 입장에서는 '내란 동조 세력'으로 분류되는 데다 이재명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도 시각차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소명 필요성을 언급, 범여권 내 비토론이 쉽게 가라앉을 전망입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어게인'에 경제관 딴판…"국민 검증 통과해야"
 
이 대통령은 29일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다른 주장을 펼쳐온 이 후보자를 두고 "국회에서도 약간의 견해 차가 있을 때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차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며 "이 차이를 잘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인사권으로 지명할 수 있지만 충분히 자기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윤씨를 옹호했던 이 후보자의 행적과 관련해 "과거에 용납할 수 없던 내란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그 부분에 있어 단절의 의사를 좀 더 표명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 후보자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 후보자를 이재명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낙점하면서 여야 모두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인물입니다.
 
더욱이 얼마 전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하며 윤씨 탄핵소추안의 각하를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3월22일 탄핵 반대 집회인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탄핵소추안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기각도 아닌 각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75년 동안 총 21건의 탄핵이 추진됐다"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있는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이재명정부의 경제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시각을 가졌다는 점도 이번 인선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이어받는 기획예산처는 정부의 살림살이를 총괄하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왔고, 정부 출범 직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며 확장재정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으로 보수 진영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을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MBC> '100분 토론'에서 당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헛돈을 쓰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정책의 목표"라며 선별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혜훈 비토론…"'정치 재편' 헤게모니 전략"
 
이 대통령은 통합·실용 인사를 내세웠지만 범여권에서는 반발이 거셉니다. 이 대통령의 인사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물론 이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합니다.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합에도 원칙과 한계는 있다"면서 "윤석열정권 탄생에 큰 기여를 했거나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는 쉽사리 동의가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중도 보수 인사를 파격적으로 기용함으로써 탕평을 하려고 한 것 같다"면서도 "윤석열 내란 사태에 우호적인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학폭을 했어도 성적만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국민주권정부를 함께 만든 누구도 '내란에 동조했어도 능력만 있으면 괜찮은 나라'를 꿈꾸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인사 대상자인 '이혜훈 전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했다고 하는 분"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번 인사권 행사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SNS에 "윤석열을 옹호하기 위해 외쳤던 그 말들 지금은 어떤 입장인가,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동의하는가, 빠른 공개 입장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당 논평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선이 단순 인재 영입이 아닌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정치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최대화하고 나아가 독점함으로써 경쟁 세력의 존립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과거 보수의 수권 능력과 유능함을 상징했던 인사들을 흡수하는 것은 정책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자멸하는 보수 정당을 영구적으로 그 궤도에 가두고 정치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라며 "유능한 인재들은 미래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남겨진 조직은 더욱 극단화되며, 이는 다시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대 진영에는 구조적 악순환을 고착시키고, 자신은 선순환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헤게모니 전략이 가동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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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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