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환율에…물가도 '불안'

원·달러 환율 1500원 위협…'고환율 흐름'
설 명절 앞둔 물가 환경도 '조마조마'
생산자물가 넉달째↑…공급물가도↑
단기적으로 물가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
"수입물가 상승 최소화에 역량 집중해야"

입력 : 2026-01-20 오후 5:06:0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 흐름 속에 설 명절을 앞둔 국내 물가 환경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환율' 악재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는 등 생산자물가를 넉 달 연속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향후 환율 흐름과 글로벌 금융 여건, 기업들의 가격 전가 여부에 달린 만큼, 환율 안정과 물가 관리 여부가 새 정부의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산자·공급물가 '상승세'
 
20일 한국은행의 '2025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집계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76(2020년=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2025년 연간 상승률은 1.2%로 뚜렷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을 예고하는 신호탄 격입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농산물이 5.8%, 축산물이 1.3% 오르며 농림수산품 전체가 전월보다 3.4% 상승한 겁니다.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사료·물류비 부담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라는 점에서 생활물가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농축산물 수급 불안에 대응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부터 박정훈 식량정책실장 주재로 첫 물가책임관 회의를 가동하는 등 매주 점검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올해 1월 중점 관리 품목으로는 가축전염병과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축산물 수급 여부입니다. 아울러 설 성수품과 동절기 출하 과일의 안정세도 관건입니다.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농림수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산품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2.3%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는데,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공급이 웃돈 영향입니다.
 
1차 금속제품도 1.1% 상승하며 생산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부문은 산업용 도시가스와 하수처리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0.2% 올랐습니다. 
 
서비스 부문은 음식점·숙박서비스, 금융·보험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0.2% 상승했습니다. 인건비·운영비 부담이 서비스 가격에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생산자물가 상승 흐름은 고환율과 맞물리면서 국내 공급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내 공급물가는 전월보다 0.4% 상승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재료(1.8%), 중간재(0.4%), 최종재(0.2%)가 모두 상승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압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환율로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다시 국내 생산비와 출하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겁니다. 수출까지 포함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2.6% 상승했습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와 1차 금속제품 등 중간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며 "수입물가 상승세가 국내 공급물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8일부터 25일까지 '대한민국 수산대전-고등어 특별 할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율 안정·생활물가 관리 '관건'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최근 물가와 환율 상황을 상호 연계한 설 민생 대책 등 부처 합동 관리를 당부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생산 단계에서의 비용 압박이 소비 단계로 전이되는 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를 민생경제의 핵심 과제로 지목합니다. 
 
한 전문가는 "유가 하락과 수요 측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물가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단, 글로벌 금리 수준과 대외 불확실성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경우 환율은 물가 안정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환율 리스크가 민생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활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되, 원자재 수급 관리와 유통 단계 점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생산자물가 상승과 맞물려 비용 압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환율 안정과 생활물가 관리가 관건"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최근 세계은행(WB)은 글로벌 물가 압력의 완화를 내다보면서도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을 전망하면서도 무역 갈등과 금융 여건 변화가 자본 이동, 환율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한 상태입니다.
 
이승호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1월 경제 상황 평가를 통해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2% 수준으로 낮아진 이후 목표 수준 2.0%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물가는 연중 2% 내외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4원 오른 1478.1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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