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연임' 공식도 깬다…금융지주사 긴장

입력 : 2026-01-27 오후 2:44:5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관치금융 논란 때문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손을 떼왔지만, 그 결과 일부 '이너서클'이 형성돼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해 12월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정치권에서 '금융지주 회장 3연임(9년) 금지법'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영승계 관련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장기 집권 시도를 막기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정무위,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법' 발의 추진) 이 대통령이 '관치 금융' 논란을 무릅쓰고 지배구조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과거 9년 이상 장기 집권이 공식처럼 통하던 때에 비하면 연임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지만, 연임 시도 자체에 대한 부정 인식이 확산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첫 연임 당연시…3연임 수두룩
 
과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초대 회장(4연임·2001~2010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초대 회장(3연임·2005~2012년) 이후에는 금융지주 CEO의 장기 연임 관행이 자취를 감추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3연임 이상 수행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4연임을 끝으로 2012년부터 이어온 회장직을 2022년 내려놓았습니다. 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도 2014년부터 3연임을 수행하고 물러났습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도 사모펀드 부실 판매와 채용 비리 등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와 불구하고 3연임에 도전한 바 있습니다. 2023년 이복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경영 승계 프로그램 등 지배구조에 대해 연일 질타했고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 등 직접적 겨냥 발언을 내놓으면서 연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회장들의 장기 집권 과정에서 제동장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 매 정부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제도 개선과 모범관행 마련, 금융당국 수장의 경고가 이어졌습니다. 2017년 문재인정부의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도 금융지주 회장들이 경영진 인선 과정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연임을 이어가는 이른바 '셀프 연임' 문화를 뜯어고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하는 쪽으로 내규를 바꿔야 했습니다. 사추위와 회추위에서 회장이 빠진 후에도 회장들은 한 번씩 더 연임에 성공해 3연임을 채웠습니다.
 
바톤을 이어받은 후임 회장들 역시 연임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습니다. 이들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치면 앞으로 임기 3년을 추가로 부여받게 됩니다.
 
지난 5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연임 관행에 대해 "6년을 기다리다 보면 차세대 리더도 '골동품'이 된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장 "회장 임기 6년도 길다"
 
금융당국은 3연임 등 장기 집권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첫 임기를 지내고 연임하는 것은 경영 연속성을 위해 필요한 '공식'처럼 여겨져왔지만, 앞으로는 그 같은 기조가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해 "6년을 기다리다 보면 차세대 리더도 '골동품'이 된다"며 "그게 무슨 차세대 리더십이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은 당장 연임과 관련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된 신한·우리·BNK금융 등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됩니다. 이들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사실상 최종 후보로 확정됐고 오는 3월 주주총회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금감원의 지배구조 점검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후보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일었습니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관련 검사를 받고 있는 BNK금융의 경우 차기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이 추석 연휴가 포함돼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 5일에 불과했습니다. 폐쇄적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논란이 됐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결정 과정에 대해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회장 연임 안건을 일반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격상한다거나 회장 후보 확정 단계부터 주주 판단을 반영하는 방식 등 여러 시나리오를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별결의 격상의 경우 지금까지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단독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사실상 회장 연임이 결정됐지만 앞으로는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하면 주총에서 부결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과거 금융지주 회장 선임 안건의 찬성률이 8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주요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동의를 묻는 절차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지주 "원하는 CEO 앉히란 말인가" 반발도 
 
주주의 통제권 강화를 통해 회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한참 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회장, 임종룡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하면 오는 2029년에야 3연임을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2028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입니다. 상법 개정과 맞물려 금융사 경영 승계 절차 강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절차적 제도 개선을 이루는 것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사외이사 등 이사회 역할 강화, 외부인사 경쟁 구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게 없는데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며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지만 대통령의 발언대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회장 연임 제한법의 경우 진행되는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민간 금융사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발상의 법안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는데, 원하는 인물이 CEO가 되지 않아서 외부에서 계속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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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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