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과 명예훼손 균형은?…모자이크해도 '식별' 가능하면 유죄

입력 : 2026-02-0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인천지법은 초등학생이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다는 이유로 아이의 얼굴 사진을 가게에 게시한 무인점포 사장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해당 초등학생의 얼굴이 나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캡처한 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가게에 걸어두었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광주 남부경찰서가 2025년 6월26일 남구지역의 한 무인점포에 절도 예방을 위한 경찰관 실물 모형의 '등신대'를 설치했다.
 
이 사건에서 초등학생 B군은 2023년 4월쯤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습니다. 이에 A씨는 B군의 얼굴을 반투명하게 처리한 캡처사진 4장을 가게에 게시하면서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라는 문구를 함께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군은 게시물이 처음 게시됐을 때 부모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부모는 A씨와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쯤 아이스크림 1개 가격을 결제했습니다. B군은 형사미성년자이므로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했으나, 이후에도 A씨는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간 다시 해당 게시물을 게시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및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재판부는 A씨의 가게가 B군이 다니는 학교 옆에 있어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B군의 지인은 충분히 B군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B군이 적응 장애 진단을 받고 불안을 호소하는 등 정신건강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정신적 충격이나 명예훼손 정도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무인점포를 운영하면서 겪었을 고충을 감안하면 A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선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고, 게시물에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모자이크 처리한 점 등도 고려해 벌금 200만원의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세 미만인 사람입니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가 금지하는 행위로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행위와 정당한 훈육행위는 구별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유형력 행사를 동반하지 않거나 유형력을 행사했지만 신체의 손상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봅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정당한 훈육의 범위나 수단, 방식을 벗어나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면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학대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권자가 헌법재판소(헌재)에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헌재는 친권자가 평소 체벌을 전혀 하지 않다가, 12세가량의 아들이 부모를 때리고 욕을 해 훈육하는 과정에서 죽비로 2회 때려 자연 치유될 정도의 상처만 난 경우 정당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예훼손 제도가 비형법화되는 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형벌인 점 △국가를 상대로 한 비판이 제한되는 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행위는 민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합성 및 최소침해성 요구에 부합하는 점 △일반 예방효과가 있는지 의문인 점 등을 이유로 듭니다.
 
반면 헌재는 2021년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오늘날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지는 점 △외적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점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닌 점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 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워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형법 제310조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피해를 당해 다소 억울함이 있더라도 그 상대방을 처벌하거나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면 법률상 허용된 절차를 통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행위가 형사적으로 처벌받는 행위라도 상대방이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상대방의 법익에 대한 새로운 침해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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