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 발표 임박…시선은 '순익'보다 'CSM'

입력 : 2026-02-03 오후 3:31:5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 작년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순이익보다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변동에 쏠리고 있습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연말 결산 과정에서 CSM 조정 폭이 커진 만큼 올해 역시 보험사들의 CSM 관리 역량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장 보험사들이 CSM을 다소 낙관적으로 산정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CSM 관리 역량 핵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달까지 2025년 실적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보험사 재무제표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CSM입니다. CSM은 보험사가 판매한 보험계약을 통해 향후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년간 보험료 1000만원을 받고, 향후 보험금과 비용으로 800만원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200만원이 CSM으로 반영됩니다.
 
투자자들은 CSM 잔액과 변동 흐름을 통해 보험사의 중장기 수익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CSM이 연간 증가세를 보이면 중장기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반대로 감소세를 보일 경우 수익성에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실제 통계와 추정치의 괴리를 조정해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연말 결산 시점마다 계리적 가정을 다시 산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CSM 변동 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연간 흐름만으로는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해지율과 손해율, 가정 변경 여부에 따라 CSM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씩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간 순이익 못지않게 CSM 변동 폭이 얼마나 안정적인지가 보험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SM 변동이 클수록 손해율이나 해지율 등을 낙관적으로 가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에서 CSM 변동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손보사는 생보사에 비해 해지율이 낮고 마진이 높은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높은 탓입니다. 무·저해지 상품은 판매 시점에 CSM을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해지율이나 손해율이 당초 가정과 달라질 경우 CSM 변동 폭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손보사는 사고 발생 시 손해를 보상하는 구조인 만큼 손해율 변동이 생보사에 비해 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특정 질병 유행이나 보장 강화 등 영향으로 손해율이 상승할 경우 CSM이 크게 감소하고 반대로 손해율이 하락하면 CSM이 확대되는 등 이익 기반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CSM 변동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투자자들 역시 당기순이익보다 CSM을 얼마나 정확하게 산정해 신뢰를 주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보험사들이 아직 새 회계 기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며 "올해 역시 CSM 관리 역량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왼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본사 모습. (사진=각 사)
 
교육세 부담에 CSM 급감 예고
 
특히 지난해 교육세율 인상 영향으로 연말에 대규모 CSM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말 결산 과정에서 CSM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날 경우 보험사 수익 전망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교육세율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CSM 조정이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부분 보험사의 CSM 잔액이 3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교육세율 인상과 예실차 손실 등을 감안하더라도 CSM 조정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CSM 조정액과 상각액이 신계약 CSM 적립액을 웃돌면서 CSM 잔액이 감소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연간 수익 1조원을 넘는 금융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0.5%에서 1%로 상향토록 교육세법을 개정했습니다. 교육세는 교육 환경 개선과 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부과되는 목적세로, 금융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대신 교육세를 납부해왔습니다. 이번 개정안 적용으로 보험사들의 교육세 부담은 매년 3000억~3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해지에서 비롯되는 (CSM) 조정이 상수처럼 존재한다"며 "과도한 경쟁 속에서 매년 4분기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CSM 감소는 투자자들의 실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허탈감까지 주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대형 손보사들의 CSM이 대규모로 조정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은 2024년 말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정해 CSM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일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DB·메리츠·현대·KB 등 5대 손보사의 CSM이 2024년 3분기부터 4분기까지 2조610억원 급감했습니다.
 
CSM이 큰 폭으로 하락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등입니다. DB손보는 13조1750억원에서 12조2320억원으로 9430억원 감소했고, 현대해상은 9조3210억원에서 8조2480억원으로 1조730억원 줄었습니다. KB손보 역시 9조3210억원에서 8조8210억원으로 4840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삼성화재(000810)는 1000억원가량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메리츠화재는 오히려 5460억원 증가했습니다. 보수적으로 가정을 적용해온 보험사는 연말 CSM이 늘어난 반면 낙관적으로 산정해왔던 보험사는 조정 과정에서 CSM이 감소한 것입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장사일수록 각종 지표가 시장에 그대로 드러나는 만큼 CSM을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말에 CSM이 크게 감소하는 곳들은 상장사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분기 손해율과 사업비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또다시 대규모 CSM 조정이 나타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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