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새만금 이전설 이후에도 대구와 경북 등에서 선거 공약으로 일부 시설 이전 요구가 계속되는 양상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증가하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향후 투자와 별개로 용인 클러스터 착공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는 양상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사진=용인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1일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부족이란 한계에 부딪힌 지금 풍부한 기반 시설을 갖춘 구미가 국가균형발전과 기업 투자 효율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지사는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용인에 있는 걸 뺏어 오자는 게 아니”라며 “용인시가 감당할 수 없는 전력과 용수 문제를 지방이 나눠 맡아 리스크는 줄이고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구와 전남 등 타 지역에서도 유사한 공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대구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용인 국가산단에 들어설 예정인 삼성전자 팹 6곳 중 2곳을 대구에 유치하겠다고 했으며, 김영록 전남지사는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특별시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용인특례시는 지난 9일 반도체 클러스터 현황을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용인 반도체 지도를 공개했다. (사진=용인시)
업계에서는 이미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이후 추가로 투자가 필요할 경우 지방에 투자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K반도체 트라이앵글 연속토론회’에서 “대만(TSMC)처럼 반도체 생산을 지역별로 분산시켜야 한다”면서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그대로 추진하되 이후 투자는 지방으로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시설 분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이 ‘시간 싸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결국 고객사에 제때 납품하는 게 중요하다. 설비투자를 포함해 계획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업계로서는 다른 장소를 알아보기보다,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거철을 앞두고 이전설이 제기된 데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방 이전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10년 후처럼 훗날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관련 정책이 차질없이 진행되는 게 중요한 시점인데, 선거용으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