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세상에 공짜는 없다

입력 : 2026-03-05 오후 2:39:40
최근 증시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거침없는 급등장에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에 쫓기듯 뛰어든 이들은 너나없이 수익률 인증샷을 올리며 환호했다. 저축으로 모은 결혼자금을 주식에 몰아넣어 자산 불리기에 나섰다는 뉴스도 있었다. 마치 주식시장이 버튼만 누르면 돈을 뱉어내는 자동지급기라도 된 듯한 착각마저 감돌았다. 한편에서는 자본시장에서 한몫 챙긴 이들이 다시 주춤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확천금의 꿈은 달콤했고, 투자는 참 쉬워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돌발 악재'가 가시화되자 시장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역대급 하락장을 맞으며 뜨겁던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고, 환호성이 터지던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는 하루아침에 통곡의 벽으로 변했다. "제발 원금만 찾게 해달라, 그러면 다시는 주식 근처에도 오지 않겠다"는 절규가 난무했다. 공포에 질린 패닉 셀이 이어지며 어제의 수익이 한순간에 오늘의 빚이 되었다. 그러다 5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며 치솟자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며칠간 널뛰는 장을 지켜보며 절감한 것은, 주식투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인의 성공담에 취해 이른바 '한 방'을 노리는 마음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혹은 도박에 가깝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어린 세대의 인식이다. 적금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안정성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민주에 돈이 생길 때마다 태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노동을 통해 성실히 벌어들이는 가치보다 금융 수익을 통한 자산 증식에만 매몰된 요즘, 패닉장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은 준비되지 않은 이의 조급함을 먹고 자란다. 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눈을 가리고, 결국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우리를 벼랑으로 떠민다. 투자의 본질은 화려한 수익률 인증샷이 아니라, 지루할 정도로 긴 인내와 고독한 자기 절제에 있다. 기업의 가치를 살피고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는 공부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거저 얻는 돈은 없다. 이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변덕스러운 시장에서 내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다. 대박을 쫓는 순간, 시장은 가장 위험한 덫으로 변한다. 내 노력이 담기지 않은 행운은 언제든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건 손실 그 자체보다, 노력 없이 번 돈이 주는 달콤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변덕스러운 시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화려한 매매 기술이 아니라,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아는 마음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일상이다. 시장이 아무리 흔들려도 내 삶까지 흔들리게 둘 순 없다. 공짜 행운과 요령에 기대기보다 내 손으로 직접 일궈낸 평범한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 아닐까.
 
이보라 증권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보라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