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에 보험사 교섭 부담 확대

입력 : 2026-03-10 오후 3:44:05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사의 교섭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보험사들은 협력 조직이 자회사로 분리된 구조가 많아 교섭 대상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 자회사 노동조합에서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보험사 자회사 노조 리스크 부상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됩니다. 금융권에서는 자회사 구조가 많은 보험사들이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손해사정사, 법인보험대리점(GA), 콜센터 등 다양한 조직이 자회사 형태로 분리돼 있어 해당 노동자들의 권한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노조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를 둘러싼 부분이 주요 쟁점으로 꼽힙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구조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실질적 사용자 요건이 성립하는데요. 원청이 하청을 직접 지휘·감독하지 않더라도 △하청 노동자 전체에 적용되는 계약 조건 △세밀한 작업 지시서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지속적인 통제력을 행사한다면 구조적 지배·통제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자회사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 자회사에 노조가 있는 경우는 대표적으로 △삼성생명(032830)서비스노동조합 △삼성화재(000810)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노동조합 △한화생명(088350)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라이프파트너스노동조합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이제 막 시행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노동자 권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험사 본사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관망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자회사 노조의 영향력이 큰 곳들은 이미 대비에 나섰을 것"이라면서 "보험사와 자회사가 어디까지 사용자로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용자 범위가 인정될 경우 원청은 본사 노조와 자회사 노조 모두와 교섭을 진행해야 합니다. 본사 노조와는 기존처럼 교섭을 이어가고, 자회사 노조들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 원청과 협상하는 방식입니다.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노동쟁의 범위도 확대됩니다. 기존에는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만 쟁의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쟁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합병·매각 과정 등도 교섭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기업이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서 파업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본사는 소통 창구를 더 열어두고 노조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노동 구조가 자회사로 나뉘어 있는 보험사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회사 경영진 판단 한계
 
보험사들은 보험 판매와 손해사정 조직 등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하면서 그동안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중심으로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잇따라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보험사 자회사 노조들은 단체협약 협상이나 투쟁 과정에서 본사 대표이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왔습니다. 애니카손해사정과 서비스손해사정은 삼성화재의 손해사정 업무를 맡고 있는 자회사입니다. 이들 노조 역시 줄곧 삼성화재 본사에 교섭을 요구해 왔습니다. 자회사 경영진이 본사에서 지급되는 사업비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구조인 만큼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화생명도 GA 법인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하면서 자회사 노조와는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노조는 2021년 출범 당시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50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후에도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다수 보험사 자회사 노조는 본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자회사 대표이사가 아닌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보험사 본사들은 자회사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 범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본사도 앞으로는 자회사를 별도 회사라며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됐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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