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멈추고 북미 지연…치솟는 가스값에 산업계 ‘발동동’

LNG 가격 두 배…웃돈 거래도
국내 산업계 전기료 부담 확산

입력 : 2026-03-11 오후 2:48:2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가스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이란 분쟁 종식 시사 발언 이후 국제유가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LNG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물량 확보 경쟁에 내몰렸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 역시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플랜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거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대비 이달 들어 67~68% 급등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였던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입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이후 LNG 의존도가 높아진 유럽은 중동발 공급 차질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LNG 시장은 원유보다 공급 구조가 경직돼 있습니다. 원유는 여러 산유국에서 생산되지만 LNG는 미국·카타르·호주 등 대형 액화 플랜트가 있는 소수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는 세계 최대 LNG 생산기지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꼽히는데, 최근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카타르산 LNG의 주요 수출처는 아시아입니다. 아시아 지역 LNG 현물가격은 최근 100만BTU당 25.4달러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9일 기준 24.8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약 11달러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입니다.
 
유럽과 아시아가 한정된 LNG 물량을 두고 경쟁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물량을 확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국영 석유·광물 회사인 페트로방글라(Petrobangla)는 최근 긴급 화물 두 건 가운데 하나를 100만Btu당 약 28달러에 계약했는데, 올해 1월 가격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 전경. (사진=서부발전)
 
대안으로 꼽히던 북미 지역 LNG 공급 확대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일대에서 숙련공 임금과 설계·조달·시공(EPC) 비용이 50% 이상 상승하면서 최소 7개 이상의 LNG 터미널 프로젝트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단기간 내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역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SK가스(018670)는 2022년 미국 레이크찰스 프로젝트와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국내 도입 시점이 연기된 상태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2024년 멕시코 사구아로 에네르지아 LNG 터미널 운영사인 멕시코 퍼시픽과 연간 70만t 규모의 LNG를 20년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멕시코 퍼시픽의 잦은 경영진 교체로 아직 최종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델핀 프로젝트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파트너로 선정된 이후 최종 계약이 미뤄졌습니다.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수급 불안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국내 도입을 전담하는 한국가스공사(036460)는 물론, 민간 발전사와 전력을 사들이는 한국전력(015760)까지 연쇄적인 원가 상승 압박에 처했습니다. 국내 전력 도매가격(SMP)은 가장 비싼 발전원인 LNG 발전 단가에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LNG 가격 상승은 곧바로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철강·화학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 부담 확대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혼란과 카타르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LNG의 약 85%가 향하는 아시아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대만·일본·한국 등 기술 및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며 “발전 부문에서 가스 의존도가 높고 비축량도 제한적이어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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