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압박' 트럼프와 대면…다카이치에 달린 '동맹국 운명'

미국의 자위대 파견 압박에…일, 선물 보따리로 화답

입력 : 2026-03-20 오전 1:00:00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을 받은 동맹국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대면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만남에선 일본 자위대 함정 파병 여부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는데요. 다카이치 총리의 선택에 따라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동맹국의 운명'까지 좌우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옆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서 있다. (사진=AP.뉴시스)
 
미·일 정상 5개월 만에 조우…트럼프, 연일 동맹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미·일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졌습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일본 자위대 파병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8일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 법률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위대 파병은 현시점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이란을 끝장낸 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에 해협의 안전을 책임지게 한다면 반응이 없는 동맹국도 빨리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는 에너지 수송로에 의존하는 국가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사실상 직접적인 요구 대상이 됐습니다.
 
그간 미국은 미군 이동을 통해 자위대 파병을 압박했습니다. 이에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함정 파병 발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 파병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자위대 파병은 국제 분쟁에서 무력 사용 포기가 명시된 평화헌법과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아베 신조 집권기 당시 조사·연구 목적으로 중동에 파견했던 사례처럼 유사한 방식의 우회 파병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일본도 즉각적인 파병에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투 종료 이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여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지난 1992년에도 유엔(UN) 평화유지활동(PKO)을 통해 캄보디아 등에 자위대를 파견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분쟁 당사자 간 정전 합의 존재 △분쟁 당사자(수용국 포함)의 PKO 참여 및 파견 동의 △활동의 중립성 보장 등 파병 조건이 충족됐던 만큼, 현재 중동 정세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다카이치 총리가 파병이 아닌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일본은 직접적인 군사 기여보다는 대규모 투자 등 경제적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09조 슈퍼 투자 약속…한국 등에 요구 확산 가능성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경제적 협력 확대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일본은 정상회담 전부터 약 730억달러(한화 약 109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공동 문서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합의한 이번 대미 투자는 지난해 관세 협상에 따른 후속 발표로, 1차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약 2배로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난해 미·일 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은 총 5500억달러(한화 약 82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체결하고, 이 가운데 약 360억달러(한화 약 5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대미 투자처는 천연가스 발전 시설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입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선제적으로 '선물 보따리'를 풀 경우 한국 등 동맹국 간 부담 분담 경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이 경제적 기여를 앞세워 미국과 합의하면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요구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이 2029년 운용을 예고한 '골든돔 프로젝트' 참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요격 미사일 공동 개발과 위성망 구축 등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일본과 유사하게 경제적 비용을 요구받는 구조에 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와 관세 등을 둘러싼 복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 대미 투자 등 전방위 협상에 나서며 파병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양자 외교를 넘어 동맹 질서 전반의 방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한국의 선택지는 넓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기업연구소(AEI)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1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 출연해 "유감스럽게도 일본과 한국이 거절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며 "일본과 한국은 일정한 기여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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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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