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6·3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개헌 시간표'가 촉박한 가운데 여야 합의로 인한 개헌안 처리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이 졸속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 의결 정족수 197명 중 범여권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들, 개헌에 찬성하는 개혁신당의 의석수를 다 합쳐도 10표가량이 모자란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이탈표'가 개헌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서 제정당 원내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우 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국힘 '졸속 개헌' 반대…다른 정당은 '찬성'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개헌에 대해 "단계적·점진적이라고 하는 개헌 자체가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만들겠다'라는 발상으로 비친다"며 "개헌을 부분적으로, 상시적으로 하면서 선거 이벤트로 계속하게 된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는 개헌 이슈에 묻혀서 정략적인 개헌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은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이다. 그만큼 무겁고 신중하게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된다"며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그 내용에 대해서도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서 차분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 정도"라고 했습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6·3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신속한 개헌안 의결을 위해 여야 합의가 가능한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 5·18 정신의 헌법 수록, 지역균형발전 명시 등 3가지 의제를 띄웠습니다.
우 의장은 "지금까지 전면적 개헌 시도는 번번이 실패해 헌법은 결국 39년을 제자리에 묶여 있다"며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 개헌'으로, '최소 수준의 개헌'으로 첫발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각 정당에 이달 17일까지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내달 7일까지 개헌안 발의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개헌특위 구성부터 무산됨에 따라 개헌 시간표는 다급해진 상황입니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다시 개헌의 불씨를 댕겼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이 제시한 3가지 의제와 더불어 부마 민주항쟁의 정신을 헌법에 담는 개헌안 추진에 뜻을 모았습니다. 국민의힘에 개헌 동참을 설득함과 동시에 오는 30일 2차 회의에서 개헌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10표면 충분"…계엄 요건 강화·부마항쟁 변수
범여권은 개헌에 긍정적인 만큼 관건은 107석을 가진 국민의힘입니다.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295명 중 3분의 2(19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합니다. 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과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의 표를 모두 합치면 185표입니다.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우 의장이 제안한 (개헌) 내용은 권력구조나 민감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아 야당도 충분히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며 "개혁신당도 5·18정신 헌법 수록과 계엄 요건 엄격화 등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의 의석수와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개헌 찬성표는 187표로 추산됩니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공천헌금 의혹 수사로 구속 상태라 표결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개헌 의결까지 10표 이상이 필요합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에 반대해 개헌 찬성에 투표하는 이탈표가 개헌 여부를 결정짓게 됐습니다. 여권은 지난 1979년 부산과 경남 마산에서 박정희 군사정권에 저항해 일어난 부마 민주항쟁을 개헌안에 넣기로 한 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부마 민주항쟁이 개헌안에 들어가면 부산이나 창원 등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며 "10표 이상은 충분히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의원만 33명에 달합니다. 특히 국회의 비상계엄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절윤'(윤석열 절연) 결의까지 한 마당에 계엄 요건 강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PK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개헌안 의결 투표는 무기명이 아니고 기명"이라며 "PK 지역을 벗어나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과연 다음에도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헌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 느끼고 있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개헌안에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정신을 잘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