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B하이텍-KCGI ‘선행매매’ 고소장…공정위 고발 김준기 회장 위장계열사와 일치

물적분할 위해 주가 부양 필요했던 DB
KCGI 등판 이틀 전 움직인 ‘수상한 9개 계좌’
주주연대 고소장에 위장계열사 동원 의혹, 공정위 적발 계열사에 포함
검찰, 수사 중…공정위 고발 더해 혐의 확대 가능성

입력 : 2026-03-24 오후 2:23:0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DB하이텍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등판과 퇴거 과정에서 대주주와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DB하이텍-KCGI 관련 주주연대 고소장은 위장계열사를 동원한 선행매매와 시세조종, 배임혐의 등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DB그룹 위장계열사 명단과 고소장 속 의심 주체가 일치하면서, 검찰 수사 압박이 커진 상황입니다.
 
2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DB하이텍은 2023년 3월에 주주연대가 반대하던 DB하이텍 반도체 설계 부분 물적분할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 부담이 컸습니다. 주가가 청구권 가격을 웃돌아야 행사량이 많지 않아 물적분할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구조였습니다.
 
청구권 행사 기간은 2023년 3월29일부터 4월18일까지였습니다. 3월7일 종가는 4만5200원, 매수청구권 기준 가격 4만6480원을 하회했습니다. 3월23일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시 기업가치가 2조원에서 6조원 커질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2023년 3월24일 DB하이텍 주가는 19.41% 폭등했고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합계가 201만주에 달했습니다. 당일 장 종료 후 한국거래소는 DB하이텍을 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 종목을 이유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지정 자료에 의하면, 3월24일 당일 단일 계좌(기관)에서 106만5000주를 순매수했고, 최근 3거래일간 상위 10개 계좌의 관여율이 41.58%에 달했습니다(최대 계좌는 14.55%). 이후 주가는 상승해 3월28일 종가는 매수청구권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6만1400원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2023년 3월30일 KCGI가 ‘5%룰’ 공시를 했고, 경영권 이슈가 불거져 청구권 행사 기간 주가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주주연대는 당시 DB그룹과 KCGI의 ‘그린메일(적대적 인수자와 대주주간 거래)’을 주장했는데, 고소장의 핵심 근거는 KCGI가 DB하이텍 주식 매수를 시작한 지점입니다. 고소장은 KCGI가 매수한 2023년 3월24일보다 2일 전인 2023년 3월22일부터 3일간 9개 계좌가 200만주가량의 DB하이텍 주식을 함께 매입했음을 주목합니다. 즉, 9개 계좌는 KCGI의 매수 및 향후 주가 상승을 미리 알고서 일시에 거액을 투입해 대량 매입을 했을 선행매매 혐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특히 고소장은 9개 계좌에 DB그룹 관련 계좌가 포함됐거나, 포함되지 않더라도 같은 시기 대량 매입을 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기타법인 투자자는 평소 하루 1만주 이내 거래를 했는데 2023년 3월24일 단 하루에 약 22만주를 매입하는 이례적인 대량 거래를 했다는 근거입니다.
 
공교롭게, DB그룹 삼동흥산과 빌텍이 2023년 중 DB하이텍 주식 보유량을 각각 17만주, 12만주 늘렸는데, 당시 고소장은 이들을 위장계열사로 지목했습니다. 즉, 양사가 대량 매입 주체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DB그룹이 KCGI의 DB하이텍 지분 매집을 처음부터 알고서 기획한 선행매매 혐의도 성립한다는 논리입니다.
 
공정위는 최근 DB그룹 동일인 김준기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를 은폐·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 누락회사 명단엔 삼동흥산과 빌텍이 포함됐습니다. 즉, 고소 당시엔 이 회사들이 위장계열사란 증거가 없었으나, 공정위에 의해 입증된 것입니다. 게다가 공정위는 누락된 은폐 계열사들(재단회사들)에 대해 “2023년 DB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있던 시기 재단회사들이 무리한 금액을 차입까지 해서 DB아이엔씨 및 DB하이텍의 지분을 취득하고자 했다”고 명시하며 고소장의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그린메일 의혹은 추후 KCGI의 시세차익에 근거합니다. KCGI는 5%룰 공시 당시 변동분 92만8300주를 6만2297원에 샀다고 했습니다. 이후 DB가 블록딜로 취득해 준 단가 6만6000원을 대입하면 해당 주식만 34억여원의 차익이 생깁니다. 공시 전 KCGI는 220만주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으며, 고소장에 명시된 대로 주가가 4만원대부터 사들였다면, 이후 DB가 인수해 준 250만주의 시세차익은 훨씬 늘어납니다. 해당 블록딜로 인해 KCGI가 회수한 자금은 모두 1650억원에 달합니다.
 
DB는 이를 사주기 위해 1200억원을 한국증권금융과 교보증권, 삼성증권에서 차입했는데 대출 이자율은 5.14~6% 수준이었습니다. 주주연대는 DB로 하여금 이런 지분 인수 부담을 지게 한 것은 배임죄가 성립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주연대 고소장을 접수했던 검찰은 고소인과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고소 대상과 동일한 김준기 회장이 공정위의 위장계열사 누락 혐의로 추가 고발된 만큼, 검찰이 연계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KCGI 측은 주주연대의 고소 내용 전반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사전 공모 없는 적법한 엑시트였다는 입장입니다. DB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하는 등 투자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을 뿐,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DB 관계자도 고소장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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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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