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힘 싣는 건설사, 과잉공급 속 미분양 위험

경제 둔화 우려에 수요 제한적…미분양 땐 공사비 떼일 가능성

입력 : 2020-04-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틈새 투자처로 지식산업센터를 주목하면서 건설사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하려는 시행자가 늘어나자 건설사도 팔을 걷어붙이며 시공 일감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수익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지식산업센터 공급량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 시행사가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할경우 공사 도급을 진행한 건설사도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건설·분양업계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의 신설 및 변경 승인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62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107건까지 많아졌고, 지난해에는 149개소가 공단 승인을 받아 전년 대비 37% 늘었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침체가 길어져 투자 자금이 틈새시장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주목하면서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벤처기업 등을 영위하는 6개 이상 공장이 입주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늘자 일감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대형사와 중견사 가릴 것 없이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하반기에 지식산업센터 브랜드인 ‘현대 클러스터’를 공개했고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하는 지식산업센터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테라타워’ 브랜드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하고 있다. 이외 한화건설과 SK건설도 지식산업센터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보통 중견사 먹거리로 인식됐지만, 공사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대형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식산업센터가 건설업계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과잉 공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국내외 경제 동반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신호도 뚜렷해지고 있어 유동 자금이 투자처로 유입하기에는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공급이 이어지면 미분양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외곽이긴 하지만 서울에서도 지식산업센터의 미분양 물량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수익형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고 지식산업센터는 특히 도심지에 조성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교통망이 양호하지 않은 이상 미분양 증가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건설사들은 지식산업센터가 도급 공사이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나와도 공사비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 중에는 규모가 작은 곳도 많다”라며 “미분양이 발생하면 시공비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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