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외출금지로 투표권 제한…인권침해"

인권위 "헌법상 선거권·참정권 침해"
"선관위·보건복지부 '지도 감독·편의 제공'해야"

입력 : 2022-02-23 오후 7:06:44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신의료기관이 치료와 보호·방역 목적으로 환자의 현장 투표를 위한 외출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보건복지부에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를 위한 지도·감독 및 안내를 철저히 하고 교통지원 등 입원환자의 투표에 필요한 편의 지원에 관한 의견 표명문을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 A씨는 오는 3월 대통령선거에 투표하기를 희망했지만 투표를 못하게 될 상황임을 알게 됐다. 해당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이 입원환자들에 대한 거소투표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병원장에게 대통령선거 당일 투표할 수 있게 외출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병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보건복지부 지침상 모든 정신의료기관에서 외출과 외박이 금지되어 있다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지난 9일 인권위에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권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병원장은 “선관위로부터 거소투표와 등 관련 절차를 안내받지 못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권위 확인 결과 선관위의 안내문 발송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등 병원장의 주장이 일부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후 A씨는 기관에서 퇴원하면서 진정을 취하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이 사건은 각하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의료기관과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일부 정신병원 의료기관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부 정신의료기관이 보호 의무자 동행이나 주치의 허가가 있을 때만 투표를 위한 외출을 허용하는 등 제각각 방침으로 운영되는 것을 확인했다. 방침의 주된 이유는 치료목적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였다.
 
인권위는 “일부 정신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입원환자의 외출 등이 제한되므로 현장 투표를 허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정신의료기관은 법원 출석, 행정기관 방문 등과 관련된 외출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선거권이 그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일부 정신의료기관들이 입원환자들의 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헌법 제 24조에 명시된 선거권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에 명시된 참정권 행사를 위한 국가의 편의 제공 의무 등에 따라 중앙 선관위와 보건복지부에 관련 사항 점검 및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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