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고물가·폭우로 추석 대목 앞 둔 전통시장 '양극화'

고물가로 대형마트 외면…전통시장에 손님 몰려
침수지역·1인가구·노인 거주지역은 침체 깊어 '울상'

입력 : 2022-08-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추석이 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별 전통시장의 양극화가 짙어지고 있다. 규모가 크고 유동 인구가 많은 일명 '핫 플레이스' 시장은 대형마트 고물가에 놀란 시민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고령자나 1인 가구가 많고 폭우 피해 이후 일상 회복이 더딘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었다.
 
26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지하철 망원역부터 사람들이 빽빽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20대부터 노인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장 초입에는 채소 노점은 물론 가게 앞 도로까지 물건이 가득 전시돼 있었다.
 
망원시장에서 제수용 과일을 전문으로 파는 한 가게 사장은 "지금 한 박스에 3만원인 사과는 다음주 되면 4만~5만원으로 오른다"라며 "워낙 물가가 비싸니 이 정도는 손님들이 비싸다고 안 한다"라고 설명했다.
 
인근 월드컵시장에 위치한 과일 가게에서 만난 중년 여성은 "시장이라도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마트에 비해 싸다"라며 "시장에서도 포장이 잘되고 상태가 좋으면 많이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용산구에 위치한 용문시장에서도 제사상에 올라가는 떡이나 냉동 생선 주문이 한창이었다. 도매 장사를 하는 가게가 많은 만큼 과일 상자가 수시로 수급되고 있었다.
 
주말에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이날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는 한 시민은 "마트에 가면 물건 몇 개만 사도 10만원은 금방 넘어서 뭘 사는데 주저 되지만 그나마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라며 "신선 식품은 추석 직전에 사야겠지만 미리 사서 보관할 수 있는 건 물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지금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위치한 채소 가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다만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겪은 관악구 소재 전통시장은 명절 특수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마다 추석대목에 상인들은 기대를 갖기 마련이지만 관악구는 구매력이 약한 노인 인구가 많은 데다가 올해는 코로나19에 침수피해 여파까지 겹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건 가격을 선뜻 올릴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림동 신사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물가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많이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금방 알고 안 온다"라며 "할머니들이 주로 오는 곳이고 동네 장사이기 때문에 유동 인구도 많지 않아서 추석이라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물가가 덜 올랐다고 해도, 실제 체감하는 물가는 족히 2배는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림동에 거주한다는 한 어르신은 "호박도 2개 1000원이던 게 한 개 1000원으로 올랐다"라며 "뭐든 다 올라서 이번 추석에 뭘 해서 먹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언제 폭우를 겪었냐는 듯 평화로운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타 시장과 달리 식재료를 전시하는 매대가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신림동 신사시장 등 전통시장에서는 배수 문제로 종아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로 인해 고기나 기타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는 물론 어패류를 보관하는 수족관까지 모두 고장이 났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자영업자들은 사비로 비용을 들여 장비를 다시 구매하거나 수리하며 장사를 재개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은 곳은 아예 전자기기 가동을 멈추고 상온 판매가 가능한 품목만 팔기도 했다. 물가도 크게 올리지 못하는데 그마저 판매할 수 있는 품목도 제한적이라 명절 특수는 커녕 일상 회복이 시급한 상태였다.
 
28년 동안 신사시장에서 식재료 장사를 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구청에서 피해 상황 등을 접수해 갔지만 3주 지나도 빠른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추석 전에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라며 "물가는 얼마 전까지 급격히 올랐다가 최근 조금 내렸지만 추석에 다시 오를텐데 물건 수급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빌라 난개발로 인해 가족 단위의 젊은 인구는 빠져나가고 원룸 거주 인구 비율이 높은 점도 신림동 전통시장의 침체에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주변에 원룸을 많이 짓다보니 아이가 있는 집은 다른 동네로 다 빠져나가고 자취생만 많이 산다"라며 "장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나아지는 게 아니라 한해 한해 넉다운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의 한 떡집 매대가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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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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