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위해선 인프라 필수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의 유치 통해 시너지 필요
"밸류체인 집적화로 성공모델 도출해야"

입력 : 2022-12-28 오후 4:08:08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정부가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인천 송도, 경기도 판교, 서울 마곡 등 전국 15개 시도에 25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업계에선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시현되기 위해선 인프라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기관 등의 유치를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는 '신성장 4.0 전략 추진 계획'에서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등 '바이오 혁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장비와 시설 등 조성 공사를 완료하고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입주 기업 모집 및 지원(120개 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 창업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후보물질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종합지원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단백질의약품, 항체, 백신, 세포·조직 치료제 등 바이오 8대 분야 창업기업(10년 이내)에 집중 지원한다. 올해 8월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 예타(예비타당성 조사)가 2726억원 규모로 통과됐다.
 
앞서 지난 7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분당 서울대병원 내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해 "우리도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이 성공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아이엠지티 연구소를 방문해 나노약물 입자 크기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하버드 대학 등 주요 대학과 벤처기업 등이 몰려 있어 바이오 분야의 대표 클러스터로 손꼽히는 곳이다. 보스턴 클러스터는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랩센트럴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랩센트럴에 입주한 다수 기업이 모두 잘되는 건 아니다. 보스턴 주위에 찰스 리버와 찰스 리버에서 만든 공유 동물실 등이 그들의 기술 가치를 빠르게 증대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생체 외 시험(실험실의 인위적 환경에서 시험 물질과 대조물질을 처리한 다음 그 결과를 측정하는 시험)만으로는 투자와 연계하기는 쉽지 않다. 인비보데이터(동물실험 데이터)가 빠르게 나왔기 때문에 벤처캐피탈(VC),엑셀러레이터(AC) 등이 몰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 보스턴 바이오 혁신 창업 공간 CIC의 인접성과 캠브리지 대학, MIT 대학 등의 유수 대학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 클러스터가 성공할 수 있던 핵심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비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찰스 리버 같은 CRO 기관도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동물실험 데이터는 최초 실험이기 때문에 이같은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프라들이 주위에 있느냐가 제일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바이오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클러스터는 공통적으로 우수 인재들이 모여 높은 수준의 연구가 활성화된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벤처 창업이 확대되며 바이오 신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기업 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 등의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25개로 조성돼 있으며 지역별로 세분화하면 7개로 △서울바이오허브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송도 바이오프론트 △대덕 연구개발 특구 △판교-광교 테크노밸리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 밸리로 나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그간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외국의 성공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측면에선 한계점이 도출됐다"라며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같은 생태계를 마련하는 측면들이 공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택 원장은 "바이오 쪽은 굉장히 밸류체인이 복잡하고 흩어져 있을 경우에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집적화를 시켜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라며 "글로벌 스탠다드한 수준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 유망한 기업들과 협업하고 자생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혁신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국의 유망한 기업들과 공존을 통해 국내 기술이 글로벌에서의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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