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에 창업자 등판까지···위기의식에 새판 짜는 게임사들

컴투스 다시 게임·경영 전문가 투톱
엔씨, 법률·경영 전문가 박병무 영입
위메이드는 설립자가 다시 전면에
학계 "아이템·코인 등 제도 리스크 대응"

입력 : 2024-03-15 오후 4:07:1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지난해 저조한 성과를 낸 게임사들이 투톱 전략을 펴거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식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078340)엔씨소프트(036570)가 투톱 체제로 시너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이사 내정자(사진 왼쪽)와 이주환 대표. (사진=컴투스)
 
컴투스, 경영 전문 남재관-개발 이주환
 
우선 컴투스는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내정했습니다. 남 내정자는 다음과 카카오게임즈 CFO, 카카오 부사장 등을 거친 경영 전문가입니다. 지난해 7월 컴투스에 합류해 경영 기획·인사·재무 등 경영 전략 부문과 게임 사업 부문을 총괄해왔습니다. 계열사와 해외 법인 관리, 신규 투자 부문도 이끌었습니다.
 
이주환 현 대표이사는 제작총괄대표로 게임 개발에 전념합니다. '서머너즈 워'와 야구 게임 라인업 등 주요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역량을 집중합니다.
 
컴투스 관계자는 "각 분야별 전문성과 검증된 리더십으로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투톱 체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컴투스의 투톱 경영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컴투스는 지난 2021년 6월 이주환 당시 제작본부장(전무이사)을 대표로 선임해, 송재준 대표와 각자 대표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후 2023년 3월 송 대표 임기가 만료돼, 이주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컴투스는 흑자전환이 요원합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93억원을 기록해, 5분기 연속 적자를 냈습니다. 이에 10주년을 맞은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해외 매출 확대, 이달 28일 출시되는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흥행, 미디어 사업 강화 등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병무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엔씨 김택진-박병무, 게임·투자 시너지
 
엔씨소프트는 창사 이래 첫 투톱 체제를 세웠습니다. 신성장 동력을 찾아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했습니다. 김택진 대표는 게임에 집중하고, 박 대표는 기업 경영과 전략, 투자 관련 경험을 살릴 전망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사업 성과는 물론 경쟁사와의 법적 다툼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연간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75% 줄어든 수치입니다. 연말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가 초반 흥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장르 다변화와 신작 성공이 절실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규 IP(지식재산권)인 PC·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BSS', 닌텐도 스위치·PC·모바일 게임 '배틀크러쉬'를 개발중입니다. 연내 콘솔 판 TL도 출시됩니다.
 
신작의 성공 외에 경쟁사 간 분쟁과 규제 대응 등도 중요 과제입니다. 법률 전문가인 박 대표를 영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엔씨는 웹젠과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리니지 표절 소송'을 냈습니다. 지난해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은 물론 카카오게임즈와의 다툼에서 재판부가 같은 판단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달 22일 시행되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제 대응과 향후 게임·비게임 사업 인수합병(M&A) 등도 중요합니다. 특히 법규나 모범 기준 위반을 방지하는 노력인 컴플라이언스도 박 대표의 역할을 기대할 만한 부분입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 (사진=위메이드)
 
박관호, 게임·블록체인 직접 이끌어
 
대표가 물러나고 창업자가 전면에 나선 위메이드(112040)도 눈길을 끕니다. 박관호 의장이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고,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장현국 전 대표는 부회장으로 박 대표를 돕는 형태입니다.
 
박 대표는 지난 2000년 2월 위메이드를 세우고, 한국과 중국에서 흥행한 PC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개발과 서비스를 지휘했습니다.
 
박 대표는 개발에 전념하며 경영을 지원하던 역할을 벗어나, 게임과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이끌기로 했습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박 대표의 재등판에 대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대표를 맡아, 현재 진행중인 블록체인 등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1126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도 영업손실 849억원보다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나이트 크로우' 해외판 출시, '미르M', '미르4' 중국 진출 준비, 중동지역 공략의 판을 짜고 물러났습니다.
 
학계에선 게임계 투톱 체제 전환 혹은 설립자 재등판의 배경에 '제도 리스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게임 회사 대부분이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에 기초하고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이 법적으로 관리되는 '제도 리스크'가 커졌다"며 "이건 개발자들이 좋은 게임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박관호 의장의 재등판에 대해서는 "코인 발행에 따른 또 다른 제도적 리스크가 있다"며 "창업자 본인이 위믹스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당연히 경영 전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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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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