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행·대행·대행'…대미 관세협상 '무방비'

한덕수·최상목 '줄사퇴'에 이주호 권한대행 체제로
'경제사령탑 부재'에 통상 대응·대외 신인도 우려↑

입력 : 2025-05-02 오후 4:21:01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통상전쟁 속 한미 통상 협의가 본격화한 민감한 시기에 정부 경제 라인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 정부 안팎의 근심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경제사령탑 부재로 통상 대응은 물론, 대외 신인도 관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가 또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최상목→이주호…'서열 4위' 권한대행 체제 
 
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이어 사의를 밝히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오는 6월3일 대선일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됩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무위원 순서상 서열 네 번째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를 승계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부총리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로, 이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국무총리 직무대행,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겸하게 됐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0시44분 전 부처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분야별 긴급지시를 전달하면서 "국정 공백이나 혼란 없이 국가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상전쟁 한창인데…대미 통상 협의 '중대 분수령' 
     
하지만 당장 경제, 외교·안보 등 국정 공백의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미국발 상호관세 폭풍을 맞은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의 부재는 치명적으로, 미국과의 통상 협의 역시 동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한미는 '2+2 통상 협의'를 통해 △관세 △투자 △경제안보 △환율 등 네 가지 핵심 의제를 놓고 협상을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실무 의제 조율과 세부 협상이 시작될 예정으로, 아주 민감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를 총괄할 경제수장이 공석 상태가 되면서 전략 수립과 의제 조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최상목 전 부총리의 사임은 경제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정책 연속성이 단절될 위험도 키웁니다. 글로벌 통상 대응은 물론, 내수 부진 등 국내 경제 문제에도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 전 부총리가 사임하는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꺼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점도 악재입니다. 때문에 대외 신인도 충격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또 최 전 부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대형 악재에서 금융시장 연착륙을 끌어내던 F4 회의체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대행을 맡게 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대신 참석하지만,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 전 부총리는 사퇴 직후 마지막 메시지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불확실성 커져…시간끌기 전략으로 가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상 문제는 협상에 있어 여러 전술이 필요한데, 현재 이주호 권한대행 체제가 그 분야에 대해선 전문성이 없으니 걱정된다"며 "(통상 분야가) 시간과의 싸움인데, 경제사령탑이 사라졌으니 국익 차원에서 엄청난 손실이 오지 않겠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빨리 결정해 줘야 타격을 덜 받고 회복할 수 있는데, 경제수장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타이밍도 늦어지게 될 것"이라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도 한국 정부가 6월 초에 바뀐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차피 현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런 면에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협상력도 아닌, 장관이 비어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걸핏하면 탄핵이라는 칼을 무분별하게 써 장관을 쫓아내는 게 문제다. 이건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정부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전략은 먼저 세게 위협하다가 완화시켜주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전략은 오래가기 어렵다. 지금 미국 경제도 안 좋고, 조금만 버티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면서 시간을 끄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본회의 표결 절차를 마친 뒤 회의장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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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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