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석종·이규하·유지웅·김태은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인수인계 없이 즉시 출범하는 새 정부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렸습니다. 트럼프 관세, 내수 부진, 외교·안보 불안 등 새 정권 시작부터 윤석열정부가 남긴 난제를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외 악재 요인인 트럼프 관세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실익을 얻어낼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수출 난관을 타개할 통상 묘수뿐만 아닌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 내수 진작의 종합적인 대책도 요구됩니다. 새 정부가 마주한 외교안보 현실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발 방위비 압박과 주한미군 감축,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군과 정보기관 안팎의 내란세력 발본색원 등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말 그대로 '고차방정식'입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새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수렁에 빠진 나라를 살리기 위한 생존 과제로 '통상·내수·외교·안보'를 꼽았습니다. 특히 대외 악재 요인인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서는 오는 7월을 타결 시점으로 잡은 '줄라이 패키지'가 무효화되면서 시간이 없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3일 새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수렁에 빠진 나라를 살리기 위한 생존 과제로 '통상·내수·외교·안보'가 제시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간 없다…장기화 가능성도 상존"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협상을 할 때 한국은 시간을 벌었지만 이제는 시간 벌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새 정권이 정반대 방식으로 중국에 보조를 맞추고 미국에 대항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미국은 가차 없이 한국에 대해 보복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될 경우 국익에 엄청난 피해"라며 "미국이 필요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걸 가지고 나올 수밖에 없는데, 방산 또는 또 바이오 같은 분야가 있다. 우리가 미국하고 협력을 할 때 충분한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강경파(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스티븐 마이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 주장에 기초해 각국에 대한 관세의 상한 설정과 협상이 개시됐지만 약달러와 장기금리 상승, 소매업체 재고 부족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전문위원은 "5월28일 연방 법원의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관세 부과 무효 1심 판결도 앞으로 관세정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에 강한 신념과 철학을 갖고 있어 지금까지 진행한 각국에 관세부과를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법원의 판결 등으로 각국과의 관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이 진행 과정에서 자국 리스크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작용함에 따라 한국은 주요국들과 공조해 보다 유리한 관세 협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과제"라고 조언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내수 '빨간불'…"인공호흡 처방해야"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 내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장기적 구조개혁'과 '인공호흡기 처방'이 제시됐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일단 원타임, 숨을 쉬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계소비성향이 제일 높은 계층(극빈층)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며 "직접 돈을 주거나 새로운 빚을 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게 아니라 빚을 찢어주는 식이다. 가처분 소득은 이자를 안 갚아도 되니 김밥이나 만두를 사 먹는 등 내수 수요 진작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집값을 떨어트리는 부양책도 안 된다. 과거 집값 잡겠다고 하다가 올라버렸던 전례가 있지 않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부양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내수 부양책을 써도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내수 부진 위해서는 중장기적 구조개혁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수도권의 젊은 사람들은 임대료가 높아서, 나이 든 사람들은 원리금 갚느라 소득이 있는데 많은 부분이 주거비로 나간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내수 부진은 구조적 문제"라며 "자영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 '레드오션(출혈 경쟁시장)'인데 상황이 안 좋다. 종합적인 대책 필요해 단기적으로 효과 발휘하기 어렵지만 인공호흡기라도 달아주면서 처방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휴업 팻말이 걸려있다.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 개수는 9만5337개로 전년보다 743개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휴업 팻말이 걸려있다.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 개수는 9만5337개로 전년보다 743개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한·미동맹 '재평가', 남북관계 '복원'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 가치 재평가를 통한 외교안보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상호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의 '일괄타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가치와 경제는 물론 안보의 틀까지 뒤흔드는 가장 직접적이고 엄중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기존의 한·미동맹 최우선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맹의 편익과 비용을 면밀히 계산하고 변화된 국제환경과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국익을 주체적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한국의 역대 정부가 모두 주한미군 감축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새 정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단절된 남북관계의 복원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선결과제로 제언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주한미군 헬기와 전술차량들이 계류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