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에너지, 무차입 기조 무색…재무 리스크 확산

무차입 경영에도 부채비율 상승…재무건전성 '경고등'
매입채무 등 차입 대신 영업부채 통해 유동성 확보 방식
수익성 악화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락 불가피할 전망

입력 : 2025-06-1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9일 15: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에너지가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 영업부채 확대와 실적 악화가 맞물리며 부채비율은 상승했고, 신용등급 하향 압력도 커지고 있다. 비효율 사업 정리, 비용 관리 등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결국 수익성이 유의미하게 회복되지 않으면 재무구조 개선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SK이노베이션)
 
무차입 기조에도 영업부채 증가세
 
9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2023년부터 기업구매 약정과 금융기관 협약을 통해 영업부채의 결제기일을 연장하며 현금유출을 통제해왔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잉여현금 창출에 성공했고, 총차입금 역시 2022년 4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2조6621억원까지 줄였다. 순차입금 기준으로는 –3228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311.2%로, 지난해 말(307.2%)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말 231.6%였던 부채비율이 2023년 312.0%로 급등한 이후로 300%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상승한 데는 탱크터미널 사업부문 인적분할에 따른 미지급배당금 8874억원 인식과 자본 차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기업구매 약정 증가 등으로 영업부채가 늘어나면서 부채총계가 확대됐다.
 
실제 매입채무는 2022년 말 5조1932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896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는 5조6511억원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고위험 수준이다. 미지급금도 같은 기간 4971억원에서 2조4326억원, 그리고 올해 1분기 2조8394억원으로 급증했다. SK에너지가 은행 차입 대신 다른 형태의 부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온 구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파생상품일 뿐 부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회계기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파생상품이 아니라 부채가 맞다"고 바로잡았다. 
 
수익성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1분기 37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SK에너지는 올해 1분기 1261억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연결기준 EBITDA도 지난해 1분기 4858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65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정제마진 약세와 중동·아프리카 지역 정제설비 가동 확대, 중국 수요 침체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영업현금흐름도 올해 1분기 131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특히 SK에너지의 수익성 대비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EBITDA/영업자산 비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 수치는 2022년에는 23.2%였지만, 지난해에는 4.4%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0.6%까지 내려갔다. 해당 지표는 최근 신용등급 평가기준 변경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로, 통상 이 비율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는 위험 신호로 본다. 현재 SK에너지는 이 기준을 밑돌고 있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SK에너지의 현재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높은 수준이지만, 수익성이 지금처럼 계속 나빠진다면 지금과 같은 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 낮은 자산 청산…"단기적 해법에 불과"
 
이러한 상황 속에서 SK그룹은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고 리밸런싱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전기차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 청산이다. SK㈜와 SK에너지가 2022년 약 2000억원을 들여 50대 50 지분으로 인수했던 아톰파워는 전력반도체 기반 회로차단기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이었지만, 시장 성장 둔화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최근 전격 청산됐다. 이로 인해 회사는 총 1058억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SK에너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올해 1분기 실적은 446억원 적자로,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진과 함께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SK에너지는 계열사 중 가장 큰 규모와 안정적 매출을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이러한 캐시카우 역할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회복 없이 지속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에너지는 외형상 무차입 구조지만, 실질 부채 구조와 수익성 악화를 고려하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수익성이 안 좋은 사업을 청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단기적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본업 이익 회복이 없다면 단기간 내 재무구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회복이 안 돼 1분기에는 적자 전환을 했지만, 2분기부터는 정제마진도 개선되고 있고 사이클 형태를 띠는 업계 특성상 침체기를 지나 다시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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