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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케미칼(285130)의 유틸리티 전문 자회사인 SK멀티유틸리티가 추진 중인 울산 LNG열병합발전소 건설이 또 한 번 투자금 증액이라는 고비를 맞았다. 당초보다 세 차례에 걸쳐 투자금이 증액되면서 최종 투자금은 6726억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회사 자기자본의 70%를 넘는 규모로 부족한 유동성 문제와 맞물려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뚜렷한 수익 창출 기반 없이 외부 차입에 의존한 대규모 투자가 향후 SK멀티유틸리티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멀티유틸리티 LNG열병합발전소 조감도. (출처=SK케미칼)
4281억원서 6726억원까지 투자금 증액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멀티유틸리티는 최근 공시를 통해 오는 6월30일 준공 예정인 울산 남구 LNG열병합발전소의 투자 규모를 기존 6200억원에서 6726억원으로 526억원 증액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계획보다 약 8.5% 증가한 금액으로, 전체 투자금은 SK멀티유틸리티 자기자본(9589억원)의 70.1%에 달한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가 인상에 따른 고정비 증가가 원인”이라며, 불가피한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를 완공 시점으로 잡고 있었지만, 설비투자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투자 일정을 올 상반기 완공으로 변경했고, 총 투자금액도 세차례나 상향한 바 있다. 2021년 9월 처음 시설 투자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투자금은 4281억원이었지만, 2024년 6월28일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투자금을 5873억원으로 증액했고, 바로 다음날인 29일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6200억원으로 변경한 뒤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시설 투자는 SK멀티유틸리티가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유틸리티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LNG열병합발전소는 석탄발전 대비 탄소배출이 적고 효율이 높은 발전 방식이다. 해당 발전소는 올 하반기 가동 예정으로 연간 30만톤의 LNG를 사용해 300메가와트, 연간 2242킬로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성자산 216억원…"리파이낸싱 예정"
하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SK멀티유틸리티의 현금성자산은 526억원의 추가 투자금을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SK멀티유틸리티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6억원, 단기금융자산은 61.7억원, 기타 유동자산은 151.8억원으로, 현금화 가능한 총 자산은 약 216.1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기타유동부채 등 단기성부채는 5.1억원 수준이긴 하지만, 추가로 필요한 526억원을 전액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긴 어려운 구조다.
SK멀티유틸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은행 대출 등 리파이낸싱 방안을 통해 늘어난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26억원 전액을 대출로 충당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SK멀티유틸리티가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회사의 재무상태와 수익성 모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추가 차입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SK멀티유틸리티는 지난해 수익성 측면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1265억원으로, 전년(1358억원) 대비 감소했다. 특히 영업손익은 –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33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SK멀티유틸리티의 부채비율은 327.18%로 전년(229.7%) 대비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런 가운데 향후 해당 LNG열병합발전소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여부가 회사의 재무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멀티유틸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울산 SK케미칼 공장과 주변 관계사들이 향후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전력 공급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투자 목적 자체의 친환경성과 전략적 필요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수익 창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수요처 확보 여부와 수익 회수 시점이 SK멀티유틸리티의 재무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SK멀티유틸리티는 지난 2021년 12월 SK케미칼이 전력·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분할 방식은 존속법인인 SK케미칼이 신설법인 SK멀티유틸리티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단순 물적분할로 이뤄졌으며 이러한 지분구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