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전'…해운·조선·물류+외교력까지 전략 이원화가 '시너지'

이전 논의, 단순한 위치 변경으론 안돼
관계 부처와 긴밀한 예산 협의 '필수적'
권한도 예산도 없이 본부만 이전 '기능 약화'
해운·조선·물류+외교력까지…기능 강화 절실
실용주의, 전략적 이원화로 '해양강국'

입력 : 2025-06-10 오후 6:16:3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해양산업 발굴, 북극항로 개척 등 K-해양강국 실현이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개척,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 개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부산이 지향하는 국가적 과제는 '부산의 상징성'에만 무게를 둔 단순한 기관의 위치 변경으론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전체 국가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한 해수부 예산을 고려하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소위 '힘' 있는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나 물리적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토로입니다.
 
더욱이 북극항로 개척 등 K-해양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권한 강화도 요구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업무인 '조선·플랜트 분야' 산업 기능을 이관해 해운·조선·물류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할 강화의 실익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해수부 노동조합 측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논의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명분과 실리'를 누릴 수 있는 해양수도 완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단순 이전 'NO'…예산 조정 세종·실행력 부산 '전략화'
 
해수부 노동조합 측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논의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명분과 실리'를 누릴 수 있는 해양수도 완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해수부 이전 논의는 부산의 '상징'보다 국가의 '실속'을 고민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해수부 본부의 '이전'을 둘러싼 현실을 따져보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걸림돌입니다. 해수부의 전체 예산은 연 6조7000억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 내에서 해수부 위상이 높지 않다는 걸 방증합니다.
 
부처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대국민 정책 파급력이나 외부 네트워크가 전통이 있는 이른바 힘 있는 부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책 추진 때마다 기재부, 행안부,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등 불리한 여건이 작용해왔습니다.
 
해수부 노동조합 측은 "북극항로 개발의 전략 사업은 항로조사, 쇄빙선 개발, 국제협력, 위성·기상 인프라 구축 등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과 전방위적 행정 협업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 과정에서 해수부가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배제된다면 그 피해는 부산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부산시민이 바라는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실속'"이라며 "권한도 예산도 없이 본부만 이전하는 방식은 오히려 해수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또다시 해수부 해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전'이 아니라 '전략적 이원화'가 필요하다"면서 "세종에 있는 본부는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을 맡고 부산에는 실행력을 갖춘 '해양수도개발청'과 같은 독립적인 추진 기구를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접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운·조선·물류+외교력까지…위상 기능↑
 
해양수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수부 일부 기능을 이전하는 등 전략 사업의 기능을 강화한 조직의 위상을 높여 부산에 구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의 세종 본부를 두되, 해운·조선·물류에 실리 외교력까지 갖춘 실질적 기능 강화의 조직을 부산 별관 형태로 구축하는 식입니다.
 
한 해양 전문가는 "중국과 경쟁하되, 러시아와의 긴밀한 정책 외교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해운·조선·물류를 한 세트로 하되, 외교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거 추진단 성격보단 현 1차관에서 2차관 자리를 신설한 위상,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그것이 세종 본부, 부산 별관 형태이든 아니면 해수 1청사, 2청사가 되든 전략적 이원화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실용주의 원칙과 궤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체 해수부 이전은 상당한 비용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균형론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부처나 공기업 등이 내려가선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그 지역의 대표적 생산 전략기지인 기업 유치가 필요하다"며 "부울경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했다면 달랐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단순 이전보단 국가 명운의 핵심 과제를 수행할 전략적 기능을 구축하는 게 실용주의적 대안"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해수부 이전 논의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검토된 사안으로 국익과 행정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류된 바 있습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국립수산과학원 기능 강화, 어업관리본부 권한 확대, 해양기술 R&D 본부 설립 등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함께 이뤄진다면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은 본부 이전 없이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며 "단순한 지역 균형론을 넘어서,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무원도 국민"이라며 "가정을 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지금 해수부 직원들은 혼란과 불안 속에 업무 집중이 어려운 상태이며 그 가족들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명분이 아닌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며 '구색'보다 필요한 것은 '권한'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밖 한 관료 출신은 "의식 있는 한 선배가 퇴직 때 하던 말이 있다. 바다의 잠재력이 하나씩 하나씩 실현될 때마다 오늘날의 해수부가 있는 것처럼 직렬,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의식을 갖고 단결된 조직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울림이었다"며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뛰는 조직, 그런 해수부에 이젠 '권한'을 줘야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OC) 개회식이 열린 지난 4월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제주 하도해녀합창단이 개막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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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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