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2900포인트를 넘어서며 41개월 만에 전고점을 회복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외국인 수급 개선이 맞물리며 3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이번 주(6월16~20일)에는 G7 정상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국 주요 지표 발표 등 대내외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단기 조정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시장은 정책 기반 테마장에서 실적 기반 순환매 장세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분위기입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41포인트(0.87%) 내린 2894.62에 마감하며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시설을 공습했다는 소식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파생 가전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13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대선 이후 상승폭을 확대하며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2900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약 41개월 만에 나타난 상승입니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대선 이후 5거래일(6월 4~11일) 동안에만 3조8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4월 저점 이후 약 20% 이상 오른 상황에서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이슈는 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했을 뿐 전면전이 아닌 이상 시스템 리스크로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외국인 매도세도 크지 않기 때문에 기간 조정 후 재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800~30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3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정책 모멘텀과 외국인 수급도 지수 상단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외 변수에 따른 이벤트 리스크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31.4%로 과거 10년 평균(33.3%)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면서 "지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의 업종 확산이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책 기대는 여전히 증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K-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으며 최근 신용융자 잔고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도 긍정적인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사주 소각 제도화 등 주주친화 정책이 증권가 중심으로 논의되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추진 기대감이 증시 내 투자 심리를 뚜렷하게 개선하고 있다"며 "신용융자 잔고 증가 역시 추가 상승 여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상법 개정안 처리는 국회 일정으로 연기됐고 13일 새롭게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의 정책 드라이브 여부에 따라 기대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해외 주요 이벤트도 단기 증시 향방을 가를 변수입니다. 15~17일 G7 정상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관세 및 통상 관련 메시지에 따라 국내 수출주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됩니다. 한미정상 간 직접 대화에서 미국산 반도체 장비 규제, 임플레이션 감축법(IRA) 가이드라인 등 공급망 재편 관련 정책 신호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19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번 주 증시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기준금리는 동결이 예상되지만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와 경제전망(SEP)의 변화 여부가 외국인 수급과 환율에 직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2회에서 1회로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은 다소 하향 조정되고 물가 전망은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점도표가 매파적으로 수정된다면 외국인 수급에 단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다만 시장에 이미 일정 부분 반영된 만큼 지수 변동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17일 일본은행(BOJ) 금리결정회의, 16~17일 미국과 중국의 5월 소매판매 및 산업생산 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어 글로벌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의 내수 회복 속도와 생산지표는 국내 2차전지·철강·화학 업종의 수출 기대를 조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증시는 정책 기반 테마장에서 실적 중심 종목으로 매기가 이동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등 실적 대비 저평가된 대형주가 중심이 되는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수 있으며 외국인 수급이 지속되면 코스피는 3000선 상단을 충분히 시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920.03)보다 25.41포인트(0.87%) 떨어진 2894.62에 장을 마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