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 기대감에 연일 서울 '강남 3구'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오는 7월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판 가계대출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과거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던 학습 효과에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문재인정부 당시 집값 폭등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진보 정권의 악몽을 떠올리며 잇따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추가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물가 잡기에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이 이재명정부 정책의 주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 아니면 집 못 산다"…서울 아파트 '패닉 바잉'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올랐습니다. 지난주 0.19% 오른 데 이어, 상승폭이 0.07%포인트 확대됐습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불이 붙었던 지난해 8월 넷째 주(0.26%) 이후 최대 상승폭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올랐고, 서울 집값 영향으로 전국 집값도 12주 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집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인 이른바 '강남 3구', 강남구(0.51%)·서초구(0.45%)·송파구(0.71%)는 물론, 용산구(0.43%)·마포구(0.45%)·성동구(0.47%) 등 주요 지역 모두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북권과 경기 과천(0.35%), 성남시 분당구(0.39%) 등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습니다.
가계대출도 불어났습니다. 금융위원회의 '2025년 5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6조원 늘어 전월(5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습니다. 특히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5조2000억원 늘면서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7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금리 인하, 집값 상승 기대, 증시 호조 등에 따른 대출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띄우려다 집값 치솟을라…'노무현·문재인정부 시즌2' 우려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잇따라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관계부처는 지난 12일 이형일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새 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서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며 "실수요자 보호 원칙 하에 투기·시장교란 행위나 심리 불안으로 인한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도 전날 한은에서 열린 제7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경기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집값 상승을 경고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비상시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을 쓸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물이 줄고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수 경기를 활성화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서울 집값 급등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재부·국토부 등 관계 부처의 장관 부재, 공급 부족, 금리 인하 및 유동성 증가,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는 공약 등 새 정부의 카드도 마땅히 쓸 게 없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거 진보 정권 당시 집값 폭등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결과를 보면 노무현정부 집권기인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3%나 급등했습니다. 문재인정부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25.8%로 노무현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문재인정부는 종부세 등 보유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득세 강화 카드로 시장을 억눌렀지만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고, 공교롭게도 부동산에 따른 민심 이반은 두 정권 모두 정권 교체를 불러왔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현재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엔 과거 진보 정권처럼 부동산 세제 규제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