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주식시장이 불을 뿜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코스피 5000 시대가 텅 빈 공약, 눈앞의 신기루가 아니라 현실감 있는 숫자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흩어져 있던 상법 개정안들을 하나로 모아 공동 발의했고, 그 내용은 윤석열 정권에서 거부권으로 반려했던 기존 개정안보다 수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한국거래소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강조했습니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치가 한껏 오른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허니문 랠리 끝?
기대감은 세세한 공약 내용과 관련된 주식종목들로 향했습니다. 이를 테면 인공지능(AI), 방산을 먼저 밀어올린 유동성이 건설,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거쳐 자산주 그중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많은 기업에 미쳤고, 이것이 확대된 것이 지주사 주가를 띄웠습니다. 욕심 많은 최대주주가 상장폐지를 시도할 만한 기업으로 흘러갔으며, 뒤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약이 조명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발의되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들이 떴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증시의 대세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증권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이재명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였던, 그래서 공약엔 있었지만 그냥 해보는 소리처럼 들렸던 평화경제로까지 불이 붙었으니까요. 군사분계선, 우리 군이 대북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남쪽을 향해 틀었던 스피커를 껐고 남북경협주가 환호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일을 포함해 불과 6영업일 만에 코스피는 2900선을 뚫었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증시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찬물을 끼얹었으나 그간의 상승에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을 외쳤던 투자자들도 적잖이 놀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른바 ‘허니문 랠리’는 자의반 타의반 이렇게 끝나는 것 같은데, 그럼 이걸로 코스피의 거침없는 상승 행진도 마무리하는 것일까요? 끝났다고 결론짓기엔 아직 이릅니다. 상법 개정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분리과세 줄게 배당 다오’
상법 개정에 이은 후속 법 개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 대통령이 거래소 간담회에서 “나도 발의자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언급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발의 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배당소득 분리과세입니다.
개인이 한 해에 받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총 20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 초과금액을 종합소득세 산정해 반영해 과세하는 것이 현행법인데요. 이걸 종합과세 산정에 포함하는 대신 분리해서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자는 내용입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식 투자자들, 특히 자산가들이 오래전부터 원했던 법 개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의원은 여기에 조건을 달았습니다.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기업, 즉 1년 결산해 남긴 순이익의 35% 이상을 배당하는 기업이 주는 배당소득일 경우에만 분리과세를 한다는 겁니다.
분리과세 별도 세율은 2000만원 이하 배당금엔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배당금은 20%, 3억원을 초과하는 배당금은 25%입니다. 일반인들이 받는 배당소득에도 14%(지방세 포함 15.4%)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배당금을 많이 받는 고액 자산가들로서는 기존 종소세에 반영돼 최고 49.5% 고율로 냈던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이 법이 목표로 하는 타깃은 자산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기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해 배당금도 가장 많이 받는 대주주를 노린 겁니다.
일반 주주들, 설령 그가 자산가인 주주라고 해도, 배당을 많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최대주주나 기업 경영진들이 쉽게 응할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 최대주주 및 대주주가 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2세, 3세 경영을 하는 상장기업의 최대주주와, 지배력(지분)을 승계받을 그의 자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상속과 증여입니다. 당장 상속·증여 시 발생하는 세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가 큰 고민입니다. 세금 낼 돈이 없으면 물려받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상당 주식지분을 팔아 그 돈으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러면 지분율이 감소해 지배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 또는 증여가 임박한 기업들은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용으로 배당을 크게 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배당을 많이 해도 2000만원을 초과하는 배당금은 종소세에 포함, 고율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이 의원의 법안은 바로 이 고민을 덜어줄 방안이기도 합니다. 최대주주를 향해 ‘세금 줄여줄 테니 배당 많이 해서 상속·증여세 낼 돈을 미리 마련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대주주 좋고 다른 일반 주주들도 환영할 만합니다.
상속세 줄이려 주가 누르면 자산 비례해 과세
두 번째 법안은 저평가 기업의 경우 상속세를 해당 기업 주가에 연동해 산정하지 말고 자산가치에 연동시키자는 내용입니다.
현행법은 상장기업 대주주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하게 돼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최대주주가 고령이어서 10년 내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들은 일부러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주가가 낮아야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웬만하면 실적을 줄이려 하고, 배당을 줄이고, 유상증자를 하고, 자산가치는 현 시세대로 반영하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감가상각으로 이익을 줄이고, 호재를 알리지 않으며, 20년 전 산 부동산 시세가 지금 100배로 올랐어도 재무상태표엔 매입원가로 기재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 의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인 기업, 다시 말해 기업의 시장가격(시가총액 또는 주가)이 해당 기업 자산가치의 80%를 밑도는 경우 상속세를 주가가 아니라 공정가치에 기준해 산정하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가치가 자산가치의 최소 80% 이상입니다. 주가가 낮아도 자산이 많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주가를 눌러도 세금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상속세 절세를 위한 주가 누르기를 막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 번째는 당근책이고 두 번째는 채찍인 셈인데요. 법이 개정된다면 상법 개정에 더해 저평가 자산 부자 기업들의 주가가 재평가받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코스피 5000을 향한 행보는 계속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