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보좌관이 16일 윤석열씨 내란수괴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와 김 전 장관의 대화를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윤씨가 김 전 장관에게 “거 봐. 부족하다니까. 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고 질책했다는 겁니다. 법정에선 김 전 장관의 ‘중과부적’(적은 수로 많은 숫자를 당해 낼 수 없다) 발언에 관한 녹음 파일이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윤씨에 대한 내란수괴 등 혐의 7차 공판기일에서 김철진 전 군사보좌관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계엄 당시 김 전 장관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인물로, 지난해 12월3일부터 5일까지 김 전 장관 행적과 그를 보좌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7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법정에서 공개된 김 전 보좌관 메모에 따르면, 윤씨와 김 전 장관 등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직후인 12월4일 새벽 1시20분부터 30분가량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서 군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전 보좌관은 “(윤석열씨가 전투통제실로) 들어와서 먼저 두세 번 정도 ‘국회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질문했는데, 김 전 장관이 답변을 못했다”며 “(윤씨가) 재차 물어봤을 때 (김 전 장관이) ‘500여명 정도’라고 답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윤씨가 ‘거 봐. 부족하다니까. 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라고 김 전 장관을 질책한 것으로 기억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김 전 보좌관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보좌관은 윤씨가 국회법령집을 찾아서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은 “국회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확인해 계엄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라고 의심했지만 김 전 보좌관은 “(대통령의) 목적과 이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과부적’이라고 발언한 김 전 장관의 육성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12월4일 오전 3시20분 사령관들과 화상회의에서 “우리 군이 통수권자이신 대통령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했다”며 “그러나 중과부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한 겁니다.
이번 공판에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결심지원실 회의 직후 여러 명과 통화했는데, 그 중 “응, 상원아.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하냐”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이전에도) ‘상원아’라며 두세 번 전화한 걸 기억한다”며 “(상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누구지 생각하다가 장성 인사에 노 전 사령관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서 (노 전 사령관이 아닐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전역 이후에도 (노 전 사령관이) 군에 개입한다는 평가가 있어서 김 전 장관에게 직언드릴 참이었다”며 “12월3일 아침에도 노 전 사령관이 장관 공관을 방문했단 걸 들으니 노 전 사령관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노 전 사령관의 비화폰을 김 전 장관에게 전달한 사람도 김 전 보좌관이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이 방정환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에게 비화폰을 전달했고, 김 전 보좌관 이것을 건네받아 최종적으로 김 전 장관에게 전달한 겁니다. 김 전 보좌관은 당시 그 물건이 노 전 사령관 비화폰일 것이라고 추정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직접 포고령을 작성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12월3일 오후 10시30분 전군지휘관 회의에서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에게 포고령 문건이 담긴 노란 서류봉투를 건넸다고 말했습니다. 12월4일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 참석 직후 김 전 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평소 컴퓨터 워드 작업을 하지 않았던 점을 의아하게 생각해 ‘누가 포고령을 작성했는지’ 물었는데, 김 전 장관이 ‘내가 썼다. (사전에 비상계엄을 말하면) 너희도 다칠 수 있는데 왜 말하느냐’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한편 이날 윤씨는 내란 특검이 지명된 이후 처음으로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취재진은 윤씨에게 특검에서 소환조사를 요구하면 응할 것인지 물었지만 그는 기존처럼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