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2일부터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됩니다. 휴대폰 지원금 공시 의무는 물론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도 사라집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의 경쟁이 활성화돼 이용자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1인 체제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법 폐지 이후 후속 시행령 개정안 의결이 불가능해 시행령이 공백이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핵심 규제 조항 일부가 삭제됨에 따라 공포 전인 시행령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오는 22일부터 2014년 도입됐던 단통법이 폐지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17일 알렸습니다.
이통사 지원금인 공시지원금 지급과 공시지원금의 최대 15%에 대해 유통망의 추가지원금을 받아왔던 구조에서 공시지원금 의무가 폐지되고,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집니다. 번호이동·신규가입 등 가입유형별 지원금과 요금제별 지원금에 대한 차별금지 규정도 없어져 다양한 형태로 영업 경쟁이 가능하게 됩니다. 공시 의무가 사라지지만 투명한 정보 제공을 위해 자율적으로 요금제별, 가입유형별 지원금을 기존과 동일하게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유통망에서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은 개별 유통점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자료=과기정통부, 방통위)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25% 요금할인 제도는 유지됩니다. 단말기 지원금 지급 내용과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지원금 지급 주체와 방식 등 상세 내용은 물론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이용 조건,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 조건 등을 계약서에 적어야 합니다. 지원금 지급 내용과 조건을 기재하지 않은 행위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단통법 폐지 후에도 이용자 거주지역·나이·신체적 조건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지원금 정보 오인을 유도하는 설명도 해서는 안 됩니다. 판매점이 이통사로부터 판매 권한을 승낙받은 사실을 표시할 의무, 이통사·제조사의 특정 요금제나 서비스 이용 요구·강요 금지 등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됐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당분간 시행되기는 어렵습니다. 방통위가 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한 1인 체제인 까닭입니다. 이에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 전까지 이용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통사 대상으로 관리·감독 강화 내용의 행정지도를 진행했고, 단통법 폐지로 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통사 등이 참여하는 대응 전담조직을 매주 2회 이상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이통사와 제조사의 이용자 차별이나 특정 서비스 이용을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등 불공정행위 방지 방안, 이용자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 등 공정한 경쟁촉진 방안을 포함한 종합시책도 수립할 방침입니다.
단통법 관련 현수막. (사진=뉴스토마토)
10년 만에 단말기 유통시장의 변화가 발생하지만, 당장 시행령 공백이 불가피하고,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통법 내 내용 대다수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수평이동했지만, 기존 단통법 중 핵심 규제조항은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지원금 공시제도와 추가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함께 이 지원금 차별 지원 금지 규정도 폐지되기 때문에 지원금이 공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는 이용자별로 지원액의 범위를 깜깜이로 정하게 되고, 이통사나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은 대놓고 짬짜미로 고액요금제 이용자 중심으로 고액 지원금 지원해 주는 영업 방식으로 실질 수익이 큰쪽 이용자를 중심으로 지원금의 차별적 지원에 나서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안 교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절충형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요금제·지원금을 통한 이통서비스를 단말기 판매와 결합할 수 없도록 하되, 판매점은 이통사 대리점과의 위·수탁계약을 통해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담합을 통한 이통사향 중심의 단말기 판매 구조를 와해하고, 가성비 좋은 다양한 단말기가 유통돼 소비자 선택권은 확대될 수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한 단말기 판매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