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숙제는 '수사 방해·여론전' 돌파

특검, '국민의힘 압수수색' 놓고 이틀째 야당과 충돌
특검 "작년 3월부터 논의…사전 인지 가능성 조사"
압수수색 '대상 기간' 놓고도 특검-국민의힘 공방 계속

입력 : 2025-09-03 오후 3:49:1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내란 특검의 당면한 숙제는 국민의힘의 수사 방해와 여론전을 돌파하는 겁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방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압수수색을 이틀째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강경하게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특검은 핵심 증거 확보를 위해 강제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조직적 저지와 여론전 탓에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내란 특검은 3일 오전 국회 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원내행정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했습니다. 전날(2일) 첫 시도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원내대표실 앞을 가로막고 장시간 대치하며 저지, 무산된 바 있습니다. 특검은 계엄 해제안 표결 방해 의혹을 규명하는 게 내란 수사의 핵심이라고 판단, 전날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강제수사에 나선 겁니다. 
 
내란 특검이 3일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농성을 하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란 특검이 이번에 노린 것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있었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 과정입니다. 윤석열씨가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잇따라 소집하고, 의원들이 집합할 장소를 계속 바꾸는 등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을 늦추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당시 민주당 주도로 계엄은 해제됐지만, 특검은 이때의 일이 '단순 불참'이 아니라 당 지도부 차원의 조직적인 방해 행위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가 여러 차례 바뀐 점에 주목, 실제 표결 방해의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규명할 계획입니다. 
 
특검의 조사 대상엔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조지연 의원 등이 있습니다. 특검은 이들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 직전 자당 의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2일 추 전 원내대표의 자택과 대구 지역구 사무실, 의원회관 사무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물증 확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국회 내 원내대표실 압수수색은 국민의힘의 큰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 수십명이 원내대표실 앞에 집결, 수사관들의 진입을 전면 저지한 겁니다. 일부 의원은 피켓을 들고 "정치 보복 특검 규탄"을 외쳤고, 또 다른 의원들은 실랑이를 벌이며 출입구를 막아섰습니다. 긴박한 대치가 이어지자 특검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특검은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르되 압수수색 장소가 정당이고 야당 원내대표실임을 고려해 형 집행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특검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임 기간 전반'으로 청구한 것을 두고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특검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가 2024년 3월부터 시작된 만큼 원내대표가 이를 언제 인지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내란 관련 논의가 2024년 3월부터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원내대표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계엄에 관여했을 거라 보지는 않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기간 과잉' 주장에 대해선 "영장의 대상 기간이 부적절했다면 법원이 수정했을 것"이라며 "영장이 발부된 걸로 보면 법원도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운데), 나경원 의원(오른쪽 두번째)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야당탄압 정치보복 압수수색 중단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강경 대응은 사실상 윤석열씨 측의 수사 방해 패턴과 닮아 있습니다. 윤씨는 그동안 내란 특검의 조사에 반복적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며 수사 진행을 가로막았습니다.
 
지난 6월28일 윤씨는 내란 특검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했지만, 앞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조사엔 불응했습니다. 그는 박 총경이 수사 과정에서 편향적 판단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진술을 거부했고, 급기야 조사가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윤씨는 7월10일 재구속된 이후 특검의 조사를 전면 거부하는 중입니다.
 
특검의 수사 성패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정황을 입증할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압수수색을 통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의 지시 내용, 그리고 당시 국민의힘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된다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저지가 계속돼 물증 확보에 실패할 경우 특검의 수사는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관련자 소환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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