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내란특검의 칼끝이 윤석열정부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요 부처 장관, 대통령실, 군 수뇌부, 정보기관까지 연이어 수사 선상에 오른 겁니다. 윤석열정부 내에서 내란에 연루되지 않은 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란특검은 윤석열씨를 보좌한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소환하고,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내란특검이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사진은 정진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월2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진석 전 비서실장 소환…대통령실도 수사 대상
내란특검은 18일 정진석 전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12·3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참석 경위, 대통령실의 보고·지시 체계, 선포 전후 상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 전 실장은 국무의원이 아님에도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있어 관련 경위를 묻는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정 전 실장은 윤석열씨가 대통령 신분일 때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대통령실의 운영을 총괄하며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있던 인물기도 합니다. 이번 소환은 대통령 비서실이 특검 수사 대상에 본격 포함됐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정 전 실장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으로부터 지난해 12월17일 내란 방조 혐의로 고발을 당했고, 이후에도 윤씨 파면 전 비상계엄 관련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직원들에게 대통령실 PC 초기화 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추가 고발을 당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특검으로 이첩됐고 향후 피의자 조사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 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위증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윤석열씨의 내란 범행을 방조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비상계엄 이후 진행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운영과 표결 참여 여부를 조율하며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행정국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당시 정부의 재정·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와 계엄 관련 예산 편성 논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국무회의 당시 최 전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승계 순위에 있었던 만큼, 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이상민(왼쪽)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전 장관, 직무 정지된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군·외교·안보·정보 라인까지 확산되는 특검 수사
일부 인사들은 이미 구속기소까지 진행됐습니다. 내란특검은 내란을 사실상 기획·실행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내란 가담 혐의 등을 적용, 6월25일 재구속했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8월1일 구속됐고, 8월19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울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윤씨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상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계엄 선포 후에는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어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논의하도록 했다는 정황도 특검의 조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검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가정보원을 지휘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위증 혐의 피의자로 조사 중입니다. 지난 18일 내란특검은 서울 서초구 소재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는 12·3 비상계엄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군 주요 인사 가운데선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구속기소됐습니다.
채해병특검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도피 의혹'을 조사하며,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범인도피와 직권남용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24일 소환할 예정입니다.
22일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23일에는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도 피의자로 부릅니다. 이들은 모두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의 주요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켰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특검은 이들이 적법한 인사 검증 절차 없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는지 등을 따질 예정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