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국앤컴퍼니, 유증·풋옵션 압박…총수 공백에 재무 리스크

한국타이어 부채비율 2년 반 새 32.5%→101% 늘어
"한국타이어, 유증 참여 시 5000억~6500억 차입 부담"
조현범 회장 항소심 장기화 시 CVC 정체·신사업 동력 상실

입력 : 2025-09-2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7: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이 올 하반기 계열사 한온시스템(018880)의 유상증자와 내후년 풋옵션 행사라는 중대한 현안을 앞두고 그룹 전반의 재무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며 비상등이 켜졌다. 한온시스템은 무리한 투자와 배당으로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만회하기 위해 조 단위 유증을 추진 중이지만,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161390)테크놀로지 역시 실적 부진과 현금 고갈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기에 법정 구속된 조현범 회장의 부재로 신사업 투자까지 멈추면서 한국앤컴퍼니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한온시스템 유상증자·풋옵션으로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 부담 가중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하반기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재원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최종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발행주식의 51.20%(3억475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다만 2대 주주 한앤코오토홀딩스(한앤컴퍼니 자회사)의 참여 가능성은 낮은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참여할 경우 지분율(54.77%)에 따라 약 5000억원 내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확보된 자금은 우선적으로 부채상환에 사용되며, 그 외에도 운영자금, 시설 유지보수,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 주요 영역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이자 비용 부담을 줄여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생산설비 투자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최대주주 한국타이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온시스템 지분을 흡수하면서 연결 기준으로 한온시스템의 악화된 재무 지표가 함께 편입돼 도미노식 부채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의 재무 여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한온시스템 효과로 전년 대비 132.46%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13.49% 줄어든 7082억원에 그쳤다. 특히 부채비율은 2023년 32.5%에서 지난해 41.6%, 올 상반기에는 101.1%까지 치솟았다.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8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불어났고, 같은 기간 마이너스(-) 값을 유지하던 순차입금은 이 기간 3조8945억원을 기록하면서 건전성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1조원 내외로 비축했던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1조2000억원 이상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등 자금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한온시스템 유증 결의 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차입을 통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유 지분 유지 기준으로 5000억~6500억원 규모의 차입 필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온시스템 자체의 수익성도 부진하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6% 감소했다. 더 큰 부담은 2027년에 도래하는 한앤코 보유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이다. 행사 가격은 주당 5200원으로 현재 주가(22일 종가 3300원) 대비 6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옵션이 현실화되면 한국타이어는 약 3000억원의 추가 인수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
 
송선재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 유증 참여 가능성을 반영해 시장의 기대감이 떨어지며 목표주가도 하향된 상황"며 "타이어 본업은 견조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한온시스템에 추가 출자가 이뤄진다면 주주가치 측면에서 아쉬운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도 <IB토마토>에 "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5000억원 유증과 3000억원 풋옵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로서 지분에 대한 책임감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규모나 자금 조달 방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조현범 항소심 돌입…리더십 부재 속 신사업 정체
 
한편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조현범 회장의 항소심도 시작됐다. 법조계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쟁점으로 꼽힌다. 담보 실효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경우 감형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내에서도 항소심 총력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내년 초까지 이어질 재판일정 동안 조 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신사업 일정에 적잖은 타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출범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사업은 조 회장 구속 이후 투자 동력을 잃으며 사실상 멈춰섰다. 여기에 삼성벤처투자와 위벤처스를 거쳐 영입했던 전진원 전 한국앤컴퍼니벤처스 대표마저 회사를 떠나면서 신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CVC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정해진 바 없다"며 "다만 친환경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 전동·전장화 부품, 로봇·물류 자동화, 모빌리티 등 당초 수립한 중장기 포트폴리오(STREAM) 기조를 바탕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항소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그룹 지배구조와 ESG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속 상태에서의 경영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고, 신사업 추진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 회장이 옥중에서 장기간 리더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온시스템 재무 리스크와 총수 부재가 맞물리면 그룹 전략 실행 속도는 급격히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규리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