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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4일 17: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에코비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침출수 문제를 감췄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KKR가 침출수 처리장 개선 비용으로 수백억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를 뒤로하고 배당 챙기기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약 35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로 인해 이전까지 무차입 구조던 재정건전성은 악화하고, 자본 규모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에코비트)
건전성 악화에도 인수 후 5년간 3500억 배당
KKR는 2017년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에코비트(구 환경시설관리) 지분 100% 인수하며 국내 환경 인프라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국내 수처리·폐기물 처리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장기투자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후 행보는 정반대였다. 배당이 기업의 내부 유보금이나 신규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면서 그동안 안정적이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에코비트는 2021년 2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이후 2022년 700억원, 2023년 729억원 등 규모를 늘려갔다. 2024년엔 배당금으로 1875억원을 썼다.
무리한 배당 정책은 에코비트의 재무구조에 직격탄이 됐다. 대규모 배당과 차입 상환이 반복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관련 지표가 악화됐다. 연결 기준 2020년 말 40%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01%까지 상승했고,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30.7%에서 53.8%까지 뛰었다.
관련 업계선 최근 수년간 에코비트 투자가 지연되면서 수익성도 악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처리·폐기물 처리 시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와 맞물려 급성장했음에도 에코비트는 경쟁사 대비 과감한 확장 전략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18.8%(2022년), 16.3%(2023년), 12.8%(2024년)로 추락했다.
관련 업계에선 인수 이후 배당을 통한 회수는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문제는 환경 문제를 등한시 할 정도로 배당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에코비트는 KKR의 경영권 매각 직후, 자회사인 에코비트그린청주(현 오창환경)이 충북 청주시로부터 1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침출수 수위가 법적 기준인 5m를 초과하면서 인근 토양이나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생기자 당국으로부터 차수벽 설치 및 침출수 처리장 개선 공사 조치를 받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차수벽 설치에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기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보다는 KKR 배당 재원으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며 “전형적인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구조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지만, 최근 국내에선 당국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 향후 민사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적 평판 악화 직면…미국서도 6억5천만달러 '철퇴'
최근 침출수 문제를 두고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IMM 컨소시엄)는 KKR에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KKR 측이 에코비트를 매각할 때 실사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부실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IMM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KKR와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700억원에 인수했다. IMM 컨소시엄은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이번 소송에 나섰다. KKR와 태영그룹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투자회수(엑시트) 한 건을 넘어 글로벌 PEF의 투자 관행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 재무구조 악화에도 막대한 배당으로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인프라는 공공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영역으로 국가 기반산업 성격을 띠는만큼, 단기 수익 위주의 자본 운용은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처리·폐기물 처리시설은 안정적 운영과 지속적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분야다.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의 단기 성과 압박이 더해지면, 서비스 품질 저하와 신규 투자 지연이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나아가 최근 KKR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인수·합병(M&A) 과정서 사전 신고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혐의로 최대 6억5000만달러(8조4500억원)의 벌금형에 처할 위기에 놓이는 등 국제적으로도 평판 리스크 악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KKR 측은 일부 신고 누락이나 오류가 있었지만 사소한 수준이라며 항변했지만, 법무부는 투자 구조나 컴플라이언스 전반에서 은폐·불투명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단순 착오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환경 인프라는 공공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영역”이라며 “최근 사모펀드들이 환경 관련 기업들에 대한 인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단순히 수익만을 좇는 글로벌 자본 투자 모델의 실패 사례로 남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