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창구' 카드론 막히고 연체율 비상

카드론 잔액 3개월 연속 감소
카드사 연체율 '고공행진'

입력 : 2025-10-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민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장·단기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문턱도 높아졌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금융권 내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 통로까지 막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42조4483억원으로 이재명정부 출범 이전인 5월(42조6571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줄어 0.5%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는 6조4410억원에서 6조2415억원으로 1995억원 감소하며 3.1% 줄었습니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으로 흔히 '불황형 대출'로 불립니다. 은행의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나 보증이 필요 없고 심사 절차도 간소해, 주택 구매가 아닌 생활비 등 생계 자금 마련에 활용되는데요. 하지만 이재명정부가 6·27 부동산대책을 통해 '기타대출'로 분류하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신용대출 범주에 포함시키고,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차주 한도 축소와 대출 총량 규제가 겹치면서 카드론 문턱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지난 8월 14.05%로 전월(14.33%)보다 0.28%p 낮아졌습니다. 올해 2월 14.85%까지 치솟았던 카드론 금리는 금리 인하와 저신용자 취급 축소의 영향으로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통상 카드론 금리는 저신용자 유입이 많으면 상승하고, 고신용자 유입이 많으면 하락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카드론 금리가 내려갔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금리 인하 체감을 못하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도 스트레스 금리(1.5%)를 적용했습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금리 인상 위험을 미리 반영하는 금리로,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이 과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미래 금리를 앞당겨 적용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한도가 더욱 줄었습니다.
 
설상가상 경기 침체 여파에 연체율이 급등하자 카드사들은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 상반기 1.76%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30%로 전년 동기 대비 0.14%p 상승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를 잡으려다 실수요자를 잡고 있는 셈"이라며 "생계 유지를 위한 대출까지 일괄적으로 막아버리면 소비자들은 사금융으로 내몰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카드사도 건전성 관리로 대출 여력이 좋지 않은데, 규제까지 더하니 취급을 더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규제를 완화해 서민의 마지막 대출 창구 역할을 해야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은 정부에 카드론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계대출 전반을 옥죄고 있음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7일 추가 부동산 규제까지 내놓은 상황입니다. 이런 기조를 고려할 때 카드론의 규제 완화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취약 차주의 마지막 대출 창구 역할을 한다"면서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묶지 말고 완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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