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출시한 테슬라…현대차 ‘부담 백배’

전 모델Y보다 5천달러 저렴
IRA 폐지, 가격 경쟁력 하락
관세 25%…2.4조 손실 전망

입력 : 2025-10-09 오전 11:43:29
[뉴스토마토 표진수·오세은 기자] 테슬라가 3만달러대 보급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조기 종료와 고율 관세로 가격 경쟁력마저 흔들리며,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테슬라가 지난 7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한 모델Y 스탠더드(기본형). (사진=테슬라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테슬라는 최근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모델Y와 모델3의 보급형을 공개했습니다. 모델Y 스탠더드(기본형)의 현지 판매가는 3만9990달러(약 5700만원)로 기존 모델Y 롱레인지 후륜구동(RWD) 모델(4만4990달러)보다 5000달러 쌉니다. 또한, 테슬라는 3만6990달러(약 5200만원)에 판매되는 모델3 스탠더드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4만2490달러였던 기존 모델3 롱레인지(RWD) 후륜 구동 버전보다 5500달러 저렴합니다. 
 
테슬라의 3만달러대 전기차는 현대차·기아에 적잖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가격 경쟁력부터 위태롭습니다. 그간 기아 EV6(미국 판매가 4만2900달러)가 모델Y보다 저렴했지만, 이제 보급형 모델Y보다 비싸진 것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에 주력하며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을 내놓은 것은, 이미 위축된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을 더욱 잠식할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IRA 보조금은 현대차 전기차의 실질 구매가를 낮춰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것이 사라지면서 현대차는 보조금 혜택 없이 순수 제품 가격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는 곧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폐지가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보조금 폐지 이후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2026년형 아이오닉 5에 최대 9800달러, 한화로 약 13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림별 평균 할인 폭은 9155달러로, 기존 보조금 한도 7500달러를 1655달러나 웃도는 수준입니다. 사실상 자체 마진을 대폭 삭감하는 할인을 통해 보조금 공백을 메우고 추가 혜택까지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25%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미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당분간 높은 관세에 따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3분기에만 2조4500억원의 관세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대차가 1조2500억원, 기아가 1조2000억원의 손실을 각각 부담하게 된다는 전망입니다. 이는 지난 2분기 손실 규모 1조6000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준입니다. 
 
표진수·오세은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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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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