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원화 가치…관세 협상 장기화에 환율 요동

원·달러 환율, 1420원대 돌파…5개월 만에 '최고'
당분간 원홧값 하락 지속…4분기 한국 경제 '복병'

입력 : 2025-10-10 오후 4:37:1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추석 연휴 기간 쌓인 달러 강세 요인을 한 번에 소화하면서 20원 이상 폭등, 단숨에 142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추석 직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연휴가 끝나자마자 1420원대를 뚫은 것입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대미 투자의 규모와 방법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관세 협상이 장기화한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엔화와 위안화 약세 등이 겹치며 환율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융·무역·내수 등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 환율이 4분기 한국 경제 최대 복병으로 부상했습니다. 
 
환율 1420원대 급등…연휴 끝나자마자 단숨에 20원 이상 ↑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23.0원 오른 1423.0원으로 출발한 뒤, 21.0원 오른 1421.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2일 이후 8일 만에 다시 열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세를 보이면서 변동 폭을 키웠습니다. 특히 1423원의 장 출발 기록은 장중 1440원을 찍은 지난 5월2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주간 거래에서 1400원을 넘어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정규장 종가 기준 3거래일째 1400원대를 이어갔으며, 새벽 2시 야간장 종가 기준으로는 7거래일 연속 1400원을 웃돌았습니다.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역외 거래에서 1427.58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국내 은행 딜링룸이 문을 닫는 연휴에는 서울 외환시장의 거래는 중단되지만, 뉴욕·싱가포르·홍콩 등 역외 시장에서 원화 기반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는 이어집니다. 
 
반면 주요 6개국(EUR, JPY, GBP, CAD, SEK, CHF)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37로, 전일보다 0.14 하락했지만 추석 직전 종가(97.88)보다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달러인덱스는 1973년 3월을 기준점 100으로 잡고 100보다 높을 경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졌다, 100보다 낮을 경우 낮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이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실질적 원화 가치 하락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투자 불확실성에 원화 약세…한국 경제 흔드는 '환율 복병'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미 투자 불확실성에 따른 관세 협상 장기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의 '선불' 조건을 요구한 가운데, 자금의 집행 방식이 정해지지 않고 정부가 요청한 무제한 통화스와프도 난항을 겪으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단기 대외 채무 대비 외환보유액을 높게 유지하는 한국 상황에서 대미 투자 현금 지급 압박은 원화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약세 흐름을 여전히 보이고 있고 외국인이 원화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에 환율이 최근 다시 1400원 선을 위로 넘나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대외 상황도 원화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달러 가치는 상승세인 데 반해, 엔화와 위안화 등 원화와 동조화하는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급격히 떨어진 엔화 가치는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끌어올릴 요소로 꼽힙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통상 '한 몸'처럼 움직이는데, 엔·달러 환율은 지난 8일 기준 152.69엔으로 2월13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대규모 양적 완화를 공언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차기 총리로 떠오른 영향이 컸습니다. 
 
문제는 당분간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이 올해 말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특히 대미 투자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도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주요국의 정치 이벤트 등을 지켜보며 1400원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1450원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원화 고유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고용 둔화로 뚜렷한 약달러 재개 전까지는 환율 하락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마저도 미 정부 셧다운으로 지표 발표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원화에 우호적인 협상이 타결될지도 미지수"라고 꼬집었습니다.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기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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