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씨를 체포하지 못하도록 대통령 경호처가 권총을 구비하고 사격을 준비했다는 내용의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윤씨가 “(공수처 인원들에게) 총을 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는 전문 진술이 나오는 등 윤씨가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무장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진행된 윤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경호처지원부 정보통신기술계획부에서 비화폰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직위해제된 상태입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1월 공수처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던 당시 공수처 인원들에 저항하기 위해 경호처가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공수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있었던) 1월3일 이후 이광호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 줘야 한다며 38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특검 질문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38권총과 공포탄이 반출됐다는 게 김 전 본부장 진술입니다. 김 전 본부장은 “이 전 본부장 단독 요청이라기보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도 같이 (했다)”고 부연했습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전부터 무장 시도가 있었다고 김 전 본부장은 진술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 이전 이 전 본부장이 권총과 공포탄을 가져가겠다는 걸 직원 보고를 통해 인지했다. 제가 직접 전화해서 그건 불가하다며 회수 조치했다”며 “1차 집행 이후 반출된 38권총은 박 전 처장이 사임한 다음 날 지시해서 (회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씨가 직접 무장을 지시한 정황도 전해졌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국회 국정감사 직전 만난 박 전 처장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하면서 체포영장 기한이 연장된 가운데 지난 1월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출입구 인근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김 전 본부장은 박 전 처장으로부터 윤씨가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인 12월6일 박 전 처장 비서관을 통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비화폰 지급 내역과 통화 기록을 지워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처장은 군 서버에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령관들에게 군용이 아닌 경호처 비화폰을 지급했다는 게 김 전 본부장 설명입니다.
김 전 본부장은 “(박 전 처장에게) 대통령 지시냐고 물었고, 박 전 처장이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경호처장이 대통령 지시가 없으면 삭제 지시를 할 이유가 있느냐”는 특검 질문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비화폰 지급 내역과 통화 기록 삭제가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 따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박 전 처장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압박해도 김 전 본부장이 따르지 않자 사무실에 며칠간 부르며 짜증을 냈다고 했습니다. 경호처장 주재 회의에서 김 전 본부장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작 박 전 처장은 증거인멸 지시 혐의를 우려해 처음에 ‘삭제 조치’라고 했다가 나중엔 ‘보안 조치’라고 말을 바꿨다는 게 김 전 본부장 진술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화폰 기록이 삭제될 수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경호업체 서버에서 사용자 계정을 로그아웃시키면 단말기 기록이 삭제되느냐”는 특검 질문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동안 비화폰 기록은 삭제될 수 없다며 특검 공소사실이 잘못됐다는 윤씨 측 주장과 상반된 진술입니다.
한편 윤씨는 이날 공판에 불출석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첫 공판기일과 함께 진행된 보석심문기일에 출석했다가 지난 2일 보석 청구가 기각되자 또다시 두문불출하는 모양새입니다. 재판부는 “불출석 사유서에 건강상 사유로 출석 어렵다고만 돼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피고인이 보석이 기각되니 재판에 안 나온다”며 “구인 신청 등 단호한 조치를 요청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