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반도체 업계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며 호황을 맞은 가운데, 기술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인재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간의 인재 쟁탈전이 과열되는 양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까지 국내 엔지니어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부터 경쟁사의 경력직까지 전방위적인 인재 수혈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은 국내 인재 유치를 넘어 사수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8인치 팹. (사진=SK하이닉스)
최근 마이크론이 국내에서의 채용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연말께에 국내 주요 대학에서 교내 채용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2027년 이전 졸업 예정자, 혹은 경력 2년 미만이 대상입니다. 이번 선발된 인원은 대만 타이중 팹(공장)에서 근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별도로 경력직 인재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대만에서 근무할 국내 반도체 경력직 엔지니어들의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HBM과 패키징 관련 직무를 맡을 엔지니어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대 2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등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인공지능(AI) 경쟁이 심화하면서 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D램 캐파(CAPA·생산능력)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은 캐파 확충을 위해 미 현지와 일본, 싱가포르 등에 D램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국내 기업들도 인재 확보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밝힌 가운데,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AI 분야에서 집중 채용한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10월 월간 하이닉스 탤런트’를 통해 경력직 채용에 나서는 동시에, 주요 대학과의 산학 교류를 확대하며 청년 인재와의 접점을 늘렸습니다.
아울러 양사 모두 자사 인력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성과연동 주식보상제(PSU)를, SK하이닉스는 양도제한 조건부주식제(RSU)를 각각 운영 중입니다. 일정 기간 근속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를 지급하는 제도로,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고 조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국내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외국 기업에 준하는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해외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엔지니어 대우 면에서 국내 기업보다 나은 건 사실”이라며 “연봉 같은 조건도 맞춰야겠지만, 사회 전반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