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막대한 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민간에서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경제 효과가 약 7조4000억원, 고용 창출은 2만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주요 21개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7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단기 내수 진작은 물론 도시 홍보와 국가 브랜드 상승, 투자·산업 협력 확대 등 중장기 간접 효과도 예상됩니다. 정부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마지막까지 안전 등 최종 점검에 나서며 빈틈없는 준비를 당부했습니다.
관광객 늘어 내수 소비 증가…해외 투자 활성화 기대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컨설팅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 효과는 약 7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 소비·숙박 등 단기 내수 진작 효과가 3조3000억원, 산업·사회 전반의 중장기 간접 효과가 4조1000억원으로 분석됩니다.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단기 효과는 숙박·음식·운수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나타나지만, 행사로 인한 지출과 인프라 개선이 연쇄적인 산업 파급을 일으키는 간접 효과도 크다는 평가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상회의 이후 관광과 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MICE) 산업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지역경제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17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베트남 다낭의 경우, 행사 개최 이후 관광객은 5배, 관광수입은 10배 등 각각 증가했습니다. 베트남 사례 등을 고려하면 경주는 문화유적과 K-팝, K-문화 K-푸드 등까지 아우르며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정부·민간의 예상입니다. 실제 경주 보문단지 일대 5성급 호텔과 리조트는 이미 만실 상태이고, 인근 포항·울산 숙박시설까지도 예약이 조기 마감됐습니다. 행사 기간 나흘 동안만 지역 숙박·운송업계가 올리는 매출은 평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입니다.
행사 이후 생기는 투자와 홍보 등 간접 효과도 큽니다. 대한상의는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해외 투자설명회(IR)와 스타트업 피칭 등 20여개 비즈니스 세션을 운영합니다. 재계에서는 정상회의 이후 투자나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만 따져도 6000억원 안팎의 실질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무역·투자 네트워크 대부분이 APEC 역내에 집중된 만큼, 이번 회의는 한국의 경제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APEC 21개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교역량 약 50%,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외 수출입 가운데, APEC 회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4.7%, 67.5%에 달합니다. APEC 회원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은 46.5%, 한국이 APEC 회원국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은 57.6%에 이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프라 등 손님 맞을 준비 완료…"경주서 하길 잘했다"
정부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막판까지 최종 점검에 나서며 만반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APEC 정상회의 최종 현장 점검을 위해 지난 23일 1박2일로 경주를 찾아 "오늘 APEC 때문에 8번째 경주를 방문했다"며 "정말 큰 걱정을 가지고 APEC을 총괄했는데, 인프라 등이 전혀 정리가 안 된 탓에 처음엔 암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 번째 경주를 방문하면서 '경주에서 해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서 '경주로 하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했습니다.
실제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전 정권인 윤석열정부에서 추진됐지만,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의 여파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 민간의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과거 '잼버리 사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습니다.
현재 이 대통령과 미·중·일 등 세계 21개국 정상이 모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해 경제 전시장, 국제미디어센터(IMC) 등 APEC 행사 주요 장소들은 조성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경주 보문단지 내 엑스포대공원에는 '경제 전시장'이 새롭게 들어섰는데, 대한민국 산업역사관, 첨단미래산업관 등으로 구성되면서 한국을 찾는 해외 인사들에게 국내 산업·문화를 알릴 예정입니다.
다만 김 총리는 행사 준비의 마지막 과제로 '냄새'를 꼽으며 "의외로 맨 마지막 문제는 냄새"라며 "악취가 아니라 새 집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를 어떻게 빼느냐로 인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준비 과정의 결실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열정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중앙정치의 공백 속에서도 작년 6월 APEC 유치 이후 지방에서는 흔들림 없이 준비를 지속해왔다"며 "도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역대 최고의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경상북도 경주시에 마련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