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데이터 공유, 삶을 개선하는 실천적 의미 가져"

통합 플랫폼 구축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도전 과제
데이터의 경계를 허무는 과학 2

입력 : 2025-10-29 오전 9:45:12
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나비 표본들. (사진=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데이터 공유와 관련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제안을 넘어, 인간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천적 의미를 갖습니다. 생물표본과 환경 데이터를 함께 보면, “어떤 종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채집되었고, 지금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유전체 정보, 환경 자료, 영상 자료 등을 더해 분석하면, 과거 자료를 넘어서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데이터는 인간·동물·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원헬스(One Health)’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병원체 감시, 외래종 이동 경로 추적, 생태계 기능 변화 모니터링 등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인간 건강과 환경 보호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데이터가 통합되고 공유되면, 정책 입안자와 환경 보호 기관은 증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생물학·생태학·기후과학·지리정보·유전체학 등 서로 다른 분야 데이터를 연결하면,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연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과학적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실천에는 난제도 많아
 
로드맵을 현실화하려면 여전히 해결 과제가 많습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려면 튼튼한 기술 기반과 지속 가능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갖춘 것은 아니며,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데이터 저장·처리 능력이 낮은 지역,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데이터 통합 참여가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 활용 시에는 누가 통제권을 갖는지,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등 윤리적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토착 지식(Indigenous knowledge)을 포함할 때는 해당 지역사회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할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메타데이터 표준, 식별자 체계, API 등 기술적 규격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점, 그리고 연구자·기관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인 데이터 스튜어드십을 직업적 역량으로 인식하지 않는 문화적 장벽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의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기술 개발자와 사회과학자가 협력해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결국 데이터 통합과 활용을 현실화하려면, 기술·자금·윤리·표준·문화적 장벽 등 다방면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는 체계적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데이터 통합 플랫폼은 우리도 필요한 도전
 
이 논문은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감염병 대응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생물·환경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자연사 표본, 생태조사 자료, 기후·지형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절실한 과제입니다. 
 
데이터 주권과 지역사회 참여 측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토착 지식과 생물다양성 특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연구기관, 정부, 민간이 협력해 FAIR와 CARE 원칙을 반영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하고,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생물·환경 데이터 통합 교육 모듈을 강화하며 데이터 스튜어드십을 커리큘럼과 연계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거대한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서로 이어주고 연계해 해석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입니다. 
 
DOI: https://doi.org/10.1093/biosci/biaf150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된 조류의 알 표본은 살충제인 DDT가 맹금류의 개체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 국립자연사 박물관의 조류 알 표본들. (사진=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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