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단지들의 ‘옥상 태양광’ 설치가 실질적인 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지며 확산하고 있습니다. 공동 전기요금이 ‘제로’ 수준까지 내려가거나, 심지어 어떤 달에는 전기요금을 되돌려받는 사례까지 등장했습니다. 전력요금 인상과 기후위기 속에 아파트 단지의 에너지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각 세대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안산의 아파트 단지 ‘보네르빌리지’는 600여세대 규모 옥상에 200kW급 태양광 설비를 도입한 뒤 매월 150만~200만원 수준의 공용부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발전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수십만 원을 추가 환급받는 ‘마이너스 요금’ 사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거여1단지’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약 1000세대 규모의 이 단지는 135kW 태양광과 세대별 미니태양광을 함께 도입해 연간 약 17만kWh의 전기를 생산하며 공동 전기료를 최대 30% 이상 절감했습니다. 주택용 누진제가 강화되던 시기에는 “예상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주민의 얘기도 있습니다.
아파트 공용 관리비 대폭 줄여
아파트 관리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용 전기료는 지하주차장 조명, 엘리베이터, 복도등, CCTV, 경비실 냉난방 등에 사용됩니다. 태양광 발전 전기는 바로 이 공용전기부터 충당되기 때문에 공용 관리비가 곧바로 줄어들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150~200kW급 설비만으로도 연 2000만원 이상 절감 가능하고, 지자체 보조금이나 장기 대여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투자비 회수 기간도 5~7년 수준으로 단축 가능하다”고 분석합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그간 공동주택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 대여사업, 에너지효율화 컨설팅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특히 LED 조명 교체, 고효율 모터, 승강기 회생제동 시스템 등과 묶은 ‘패키지 절감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제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는 ‘스마트에너지아파트’ 사업을 통해 사전 컨설팅부터 설치·운영까지 전 주기를 지원했고, 일부 단지는 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도입으로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구현했습니다.
태양광 기업이 발전수익 일부를 아파트 단지에 임대료로 지급하는 ‘임대수익형 공동주택 태양광 모델’이 도입된 아파트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유닛커넥트)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옥상 등 유휴 공간을 기업이 임차해 태양광을 설치하고, 발전 수익 일부를 단지에 임대료로 지급하는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단지는 전기요금 절감뿐 아니라 안정적인 임대 수익까지 거둘 수 있고, 이를 경비실 냉난방비나 커뮤니티 시설 개선 등 관리비 절감 항목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공동주택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 유닛커넥트는 7일 인천과 김포 지역 아파트 2개 단지와 임대수익형 태양광 모델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투자 부담 없이 태양광을 도입하고, 임대료 형식의 추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제성보다 신뢰·투명성 중요
실제 설치 과정에서는 경제성보다는 주민 동의 과정이 성공을 좌우합니다. 옥상 방수, 배수로 손상, 화재 예방 등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고, 설치 후 발전 실적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현장 시공 경험이 많은 설비업체 관계자는 “계약 단계에서 성능 보증, 책임 보수, 보험 조건을 명확히 하고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며 “설치 후 월간 발전량과 절감액 보고서를 정기 공지하는 것도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와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아파트 단지의 태양광 도입은 그 중요성을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공공 인프라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에너지 일부라도 자립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지구 시민 의식이라는 것입니다.
아파트 옥상 위 태양광이 단순한 설비를 넘어 ‘생활형 에너지 혁신’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큽니다. 남은 과제는 품질 담보, 주민 합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입니다. 관리비 1~2만원의 차이는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파트라는 공동체의 기후 대응과 참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