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온실가스 감축, "말뿐인 약속"

OECD, '기후행동 모니터 2025' 발표
세계 주요국 기후정책 이행 '정체' 상태

입력 : 2025-11-10 오전 10:03:57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일 발표한 '기후행동 모니터 2025'(Climate Action Monitor 2025) 보고서는 세계 주요국의 기후정책 이행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습니다. 2024년 신규 기후정책의 증가율은 고작 1%로 “2021년 이후 계속되는 기후행동 둔화세가 이제는 구조화됐다”는 것이 OECD의 분석입니다.
 
지난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50개국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에 설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수준보다 8%(2.5Gt CO₂e) 초과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50 넷제로(net-zero)’ 목표와의 괴리입니다. 각국의 현행 정책 경로는 장기 목표는커녕 2030년 단기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OECD는 이를 ‘목표 일관성 격차(Target Consistency Gap)’로 정의했습니다. 보고서는 “지금 상태라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은 2100년까지 최대 6°C에 이를 수 있다”라며 깊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넷제로' 법제화 국가 30개뿐
 
기후행동의 약속은 쏟아지지만,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넷제로’ 목표를 가진 국가는 30개에 불과합니다. 이들 국가는 세계 국가 기반 배출량의 17.7%만을 차지합니다. 글로벌 배출량의 82%는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 선언만 있거나 무대응이라는 것입니다. OECD는 “강제력이 없는 목표는 실효성이 떨어지며, '정책 후퇴'(backsliding)의 빌미를 남긴다”고 지적했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OECD 회원국들은 전력과 산업 부문에서 감축을 이뤘지만, 운송 부문은 배출량이 전혀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도로 수송 부문의 정체는 탄소중립 달성을 가로막는 핵심 병목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세계적 수요 증가와 화석연료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이나 파트너 국가들은 배출 절대량을 여전히 늘리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변화 예측. OECD는 야망이 강화되지 않으면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최대 6°C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OECD)
 
‘CAPMF(Climate Actions and Policies Measurement Framework)’는 1990년 이후 87개 핵심 기후정책을 272개 변수를 통해 추적하는 OECD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후정책의 수와 강도는 단 1%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기후행동의 구조적 둔화를 의미합니다. 보고서는 “정책 이행 속도의 둔화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훼손할 뿐 아니라, 탄소누출 위험을 키워 글로벌 대응의 총체적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전문가들은 2035년 목표 설정을 위한 ‘차기 NDC(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가 사실상 마지막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OECD는 “2035년까지 2023년 대비 전 세계 배출량을 최소 39%~63% 감축해야 1.5°C 목표를 지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속도로는 그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정점을 찍고 있고, 폭염·홍수·가뭄 등 기후 재난은 일상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갈 길 먼 한국의 기후행동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3년, 한국의 기후행동은 어느 수준일까요?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국무조정실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준연도인 2018년 대비 13.9% 감축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추가로 26.1%를 줄여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법적인 틀은 있지만, 산업·수송 구조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기조로는 40% 감축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산업(약 37%)과 수송(13%) 분야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 ‘쌍두마차’에서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 분야에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에서 고탄소 구조가 고착되어 있고,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총배출량 감소가 ‘제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기후행동의 실행력을 가늠할 핵심 지표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입니다. 그런데 2023년 기준 한국은 9.4%로 OECD 평균은 31%와 동떨어진 수치입니다. 석탄발전 비중이 여전히 30%를 웃도는 현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OECD가 발표한 ‘기후행동 모니터 2025’ 보고서 표지. (사진=OECD)
 
2025년 정부 예산안에서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전체의 약 2.4% 수준인 16조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평균 비중(7~9%)에 비해 절반 이하입니다. 구조적 재편 없이는 2030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우려는 이런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입니다.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OECD 사무총장은 “기후행동은 생태계, 사회, 경제에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며 기후 위험에 대한 회복탄력성 강화도 포함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혜택을 실현하려면 각국이 공약 이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각국의 고유한 상황과 기후 목표를 반영한 야심차고 적절한 정책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며 구조적 변화를 강조합니다. 경제협력기구는 기후행동의 분수령으로 부문별 법제화를 꼽습니다. 이 권고는 한국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산업·운송·건물 등 각 부문별, 지역별 법적 감축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이행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실행이 절실한 때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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