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커피, 심장의 적 아니다"

하루 1잔, 심방세동 재발 39% 낮춰
미국 임상시험 결과가 '통념' 뒤집어

입력 : 2025-11-11 오전 6:00:00
심장의 두근거림이 커피 때문이다?
수년간 의사들은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 환자에게 “카페인을 줄이세요”라고 조언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캐나다·호주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새 임상시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카페인 커피를 마신 환자에서 심방세동 재발률이 오히려 낮게 나타난 것입니다.
 
하루 한 잔의 커피가 심방세동의 재발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도까지 떨어지며 첫 한파특보가 발령된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직장인이 출근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11월 9일 게재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미국, 캐나다, 호주의 심방세동 환자 200명(남성 141명, 여성 59명)을 6개월간 추적한 결과 커피 섭취군의 재발률은 47%, 커피 금지군은 64%로, 커피를 마신 그룹의 재발 위험이 약 39% 낮았습니다. 
 
'심장에 미치는 영향' 끝없는 논쟁
 
심방세동(AF)은 가장 흔한 심장 리듬 장애입니다. 심방세동의 유병률은 증가 추세이고, 현재 미국에서만 1050만명 이상이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방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절가능한 위험 요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커피가 심방세동에 유익한지, 해로운지, 아니면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전히 논쟁이 여전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연구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연구진은 “심방세동으로 심장전환술을 의뢰받은 기존 커피 음용 환자들 중 하루 평균 1잔의 카페인 함유 커피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마시도록 무작위 배정된 그룹은 커피 및 카페인 함유 제품 금지 그룹에 비해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의 재발률이 낮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수십 년간 커피는 ‘부정맥을 유발한다’는 오명을 썼지만, 실제 무작위 임상에서 커피가 오히려 심방세동 재발을 억제할 가능성이 확인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최근 5년간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 21세 이상 환자들로 평균 연령은 69세였습니다. 연구진은 환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커피 섭취' 대 '완전 금지')으로 나누어 6개월간 관리했습니다. 커피 섭취군은 하루 1잔(약 240mL)의 카페인 커피를 꾸준히 마시도록, 금지군은 카페인·디카페인 커피 및 카페인 음료를 모두 끊도록 했습니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의 재발까지의 시간. (사진=JAMA)
 
연구진이 파악한 두 그룹의 주간 커피 섭취량 차이는 평균 7잔, 하루 한 잔 정도였습니다. 커피 섭취군은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atrial flutter) 재발률이 47%로, 커피 금지군의 64%보다 뚜렷하게 낮았습니다. 부작용이나 입원, 심혈관 질환 발생률 등은 두 그룹 간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는 커피가 심방세동을 유발하기보다 오히려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커피 속 카페인은 아데노신(Adenosine) 수용체(A1, A2a)를 차단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데노신은 심방의 전기적 안정성을 교란해 부정맥을 촉발할 수 있는데, 카페인은 이 경로를 차단해 ‘항부정맥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카페인 항아데노신 효과 주목”
 
또 커피에는 항염증·항산화 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염증이 심방세동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보호 효과의 한 요인일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카페인의 교감신경 활성화 작용이나 이뇨 효과가 심혈관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커피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전 관찰연구에서는 커피와 부정맥 사이의 연관성이 불분명하거나 오히려 ‘보호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이 있었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환자에게 커피 제한을 권고해왔습니다.
 
심방세동 감소에 커피 섭취 여부가 미치는 영향 연구의 시각적 요약. (사진=JAMA)
 
카페인 섭취가 심방세동의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생활습관 지침에 커피를 제한하는 권고는 앞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에너지음료나 고용량 카페인 보충제 같은 인공 카페인에는 동일한 결론을 적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시험은 참가자가 200명으로 비교적 적고, 눈가림(blinding)이 불가능했던 점, 일부 금지군의 불완전한 준수 등 제한점이 있다”며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심장의 적에서 친구로’ 커피에 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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