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조사 중인 내란특검이 헌법재판관 인사 논란을 수사 범위에 포함했습니다. 특검은 지난 4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경위, 같은 시기 국회가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만 임명되지 않은 이유 등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조사 범위에는 인사 검증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최종 판단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당시 총리실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이 사안을 둘러싼 핵심 인물로 한 전 총리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지목한 상태입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방조·위증 등 혐의 관련 11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이 이 사안을 살피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검증이 극히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졸속 검증' 의혹입니다. 둘째는 올해 4월 당시 국회 몫 추천 후보자 중 마은혁 후보자만 임명되지 않은 결정이 정당했는지 여부입니다. 특검은 이 두 부분에서 인사 담당 공무원들의 정상적 업무가 제약됐는지, 특정 절차가 생략되거나 왜곡됐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따지고 있습니다.
우선 졸속 검증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이완규·함상훈 두 후보자의 지명·검토·임명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기본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두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후보자들로부터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은 이튿날 바로 지명했습니다.
그러나 두 후보자 모두 인사 검토 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이에 특검은 대통령비서실 실무 공무원들이 인사를 제대로 충분히 검증할 겨를도 없었고, 이는 한 전 총리와 김주현 전 수석이 공무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직권남용)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는 겁니다. 따라서 특검은 당시 총리실과 민정수석실 실무진이 어떤 절차로 검토를 진행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수석은 지난 20일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4일 계엄 해제 직후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한 네 명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당시 안가 회동에 같이 참석했던 이완규 전 법제처장도 지난 19일 위증 혐의 고발 건으로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이 전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헌법재판관 지명이 철회된 인물입니다. 다만 이 전 처장의 조사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아닌, 안가 회동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건입니다. 당시 이 처장은 안가 회동의 목적이 내란과 관계없는 친목모임 성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였던 마은혁 후보자 미임명 사건도 주요 조사 대상입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6일 공석인 헌법재판관 지명을 위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를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 사람은 임명이 됐지만, 마 후보자만 임명이 보류됐습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지만, 이미 그는 국회가 정상적 절차를 거쳐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선택적 불임명 행위'를 문제 삼아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헌재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으며, 마 후보자는 4월8일에야 임명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지난 21일 한 전 총리를 헌법재판관 인사 관련 직무유기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28일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사건인데 특검으로 이첩된 건입니다. 특검은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는 결정이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특정 후보자만 임명을 보류한 사유가 일관된 기준에 근거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