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비교적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줄었음에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수주가 이어지며 수주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우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최근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글로벌 누적 선박 발주량은 378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43% 줄었습니다.
특히 LNG선 발주량도 급감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는 147만CGT로 63.6% 감소했으며, 올해 3분기 기준 LNG 운반선 발주량 역시 194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73.4%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올해 수주한 총 191척 중 컨테이너선이 91척(47.6%), 유조선이 51척(26.7%)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만 올해 총 69척을 수주했습니다. 총 7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로, 2007년 79만3473TEU 이후 1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입니다. 또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1일 7600억원 규모의 원유운반선 4척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현재까지 총 116척(162억2000만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치(180억5000만달러)의 89.9%를 달성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운반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한화오션도 같은 날 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7577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VLCC) 4척을 수주했으며, 지난 9월에는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1조9336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7척을 확보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수주한 전체 선박 37척 중 VLCC 17척, 컨테이너선 13척 등 총 30척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으로 채웠습니다. 올해 누적 수주는 총 37척, 약 69억7000만달러로,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실적(88억6000만달러) 대비 약 78.7% 수준입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20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1조922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7척을 수주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 계약으로 올해 상선 분야 수주액이 61억달러에 이르며 상선 부문 목표치(58억달러)의 105%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총 39척 중 컨테이너선 9척, 원유운반선 11척을 확보했습니다. 연간 목표인 98억 달러 중 현재까지 69억달러를 채운 상태이며, 연내 계획된 해양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계약까지 마무리될 경우 특수선 사업 목표도 달성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컨테이너선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선박이 아닌 데다,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 조선사들과의 가격 경쟁 부담이 커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주하지 않던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IMO)가 친환경 선박 도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탄소 배출이 적고 연료 효율이 높은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교체 수요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미·중 간 입항 수수료 갈등도 컨테이너선 수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입항 수수료가 1년간 유예되긴 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입항 수수료가 유예되긴 했지만 선주사들이 중국향 발주를 여전히 꺼리고 있어 국내 조선사로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증가 역시 컨테이너선 발주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