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네이버(
NAVER(035420))가 두나무와의 빅딜을 선언했습니다. 5년간 10조원 투자도 단행합니다. 인공지능(AI)과 웹3의 메가 시너지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이들의 결합으로 디지털 금융·블록체인 산업의 판도 변화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는 27일 경기 성남시 1784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5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사는 전날 이사회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내년 5월 예정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두나무 편입이 마무리되면 기술 인재 양성, 보안 인프라 확충, 기술 스타트업 투자 등에 본격 나설 계획입니다. 5년간 10조원을 투자합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0조원은 최소 규모"라며 "AI와 웹3 기술의 공통 기반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투자를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I와 웹3의 융합도 본격화됩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웹3 기술력과 글로벌 톱티어 디지털 자산 거래량, 페이의 결제·금융 서비스, 네이버의 AI·검색 인프라·대규모 콘텐츠·커머스 역량이 결집되는 셈입니다. 최 대표는 "사용자·데이터·기술·서비스·자본력이 이어지는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만큼 글로벌 웹3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와 두나무 협력 청사진. (사진=뉴스토마토)
업계에서는 이번 편입을 단순한 투자 확장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생태계 통합 전략으로 해석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동안 간편결제·소비자 금융·보험·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등으로 외연을 넓혀왔지만, 가상자산·토큰증권(STO)·블록체인 기반 DID 등 차세대 금융 규제 체계로 넘어갈 레일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외 영역에서 사용자·데이터·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두 기업의 결합은 이 같은 한계를 상호 보완해 시장 지형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제·투자·자산관리의 통합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금융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단기적으로는 결제 포인트와 디지털 자산의 교차 활용, 중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 기반의 투자·쇼핑 생태계 통합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네이버의 브랜드 신뢰도와 두나무의 업계 지위를 고려하면, 금융당국과 국회가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법), STO 세부 규제, 가상자산 사업자 회계기준 등 제도화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도 관측됩니다. 가상자산 산업이 투기 프레임을 벗고 빅테크 기반의 기술·금융 융합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디지털금융의 신뢰와 안전성 확보는 이들이 향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특히 이날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약 540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업비트에서 6년 만에 발생한 두 번째 대형 침해 사고로, 금융당국은 즉각 현장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업비트 측은 "회원 자산에는 피해가 없도록 전액 회사 자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합병 청사진을 발표한 당일 벌어진 보안 사고라는 점에서 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결제·자산 관리가 통합되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계획만큼이나 금융 보안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