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해외투자 제동)①환율 잡기 나선 정부, 서학개미 겨냥했나

금융당국, 해외투자 자금 국내 전환 안간힘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으로 해외투자 지목
해외투자 여전…"추가 제재안 나올 수도"

입력 : 2026-01-1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8일 08: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의 원인으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를 지목하면서, 서학개미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리스크를 경고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한때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해외주식 사업은 정부의 눈초리를 받으며 위축되고 있다. <IB토마토>는 개인투자자의 선택이 어떻게 정책 리스크로 전환됐는지를 짚고,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새해 들어 정부와 금융당국은 해외투자 자금의 국내 투자 전환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국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원·달러 환율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환율에 대해 한국은행이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면서 시장의 후폭풍이 예고된다.
 
금융당국, 국내시장 복귀계좌로 회유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시장 복귀계좌(Reshoring Investment Account RIA) 도입을 위한 세부 규정을 논의 중이다. RIA계좌는 국내 주식 시장 복귀자의 이전 해외주식 매각 발생 양도소득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계좌를 말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23일 RIA계좌 도입 기반이 되는 국내 복귀 투자자 세제 혜택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세제 혜택안으론 인당 최대 5000만원 규모를 RIA계좌를 통해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부과하는 안이 있다. 기간은 1분기 내 복귀시 양도소득세 면제 비율은 100%, 2분기와 하반기엔 각각 80%, 50%를 면제해준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추진하는 배경엔 해외 주식투자로 외환시장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논란의 시작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1400원 후반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고환율은)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고,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데, 환율이 변동될 때 위험 관리가 될지 모르겠고 지금의 환율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 “고위험 해외파생,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부추기는 이벤트 마케팅을 억제할 것”이라며 사실상 증권사의 해외투자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수수료 혜택 이벤트,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가 2025년을 끝으로 종료됐고 메리츠증권은 수수료 0원 서비스를 1월부로 종료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텔레그램 정보 제공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한은, 환율 상승 주범으로 서학개미 지목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연말 금융권의 화두가 됐다. 당초 환율 상승은 근본적으론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가 가장 큰 이유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해외투자를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이유로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매월 집계되는 경상수지 집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896억원·달러 흑자인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달러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거둔 달러 보다 많은 금액이 해외투자로 인해 외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의 환율 변동성 회피 심리가 강해져 수출대금을 환전하지 않은 경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해외주식보다도 한국은행의 시장 통화량 관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0월 평균 광의통화량(M2)은 전년 동월 대비 8.7% 늘며 역대 최고치인 4470조원대를 돌파했다. 9월에도 M2 증가율은 8.5%로 미국의 4.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한국은행은 반박에 나섰다.
 
박성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유동성만으로 수도권 주택가격과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라며 “M2 증가율도 8.7%이자만 저환율 시기인 2014년 10.5%과 2019년 10.8%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여전한 서학개미, 표정관리하는 증권사
 
이 같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 조치로 다소 주춤했지만 새해 들어 해외 주식 투자량은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새해부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순매수로 전환됐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24억360만달러를 매도한 반면 총 34억439만달러를 매수했다. 지난해 12월 정부 발표 이후 70억5338만달러 매도하고 66억741만달러 매수한 것에서 다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이는 최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S&P500 등 미국의 주요 주가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메모리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자 기술주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와 금융당국의 해외투자 억제 시도가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표정관리 중이다. 해외투자액은 여전한 가운데 수수료 혜택 등 기존 출혈 경쟁은 사라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 전망이 변하지 않은 만큼 해외투자 수요가 크게 줄 것 같지는 않다”라며 “브로커리지 시장 상위권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 활황과 더불어 해외투자 수요까지 더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춤했던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바뀔 경우 새로운 해외투자 억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말 해외주식 관련 이벤트들이 당국 압박으로 전면 취소됐다“라며 “이를 빌미로 다른 부문에서 압박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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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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